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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Mar 17. 2020

#그림에세이 풀리지 않는 매듭-5

Q. '삶'의 무게가 얼마인가? 그 무게를 가치 있게 맞춰가는 당신이기를


“2000년 7월 7일 7시야!

모두 기억해! 알지?”

마지막으로 교내 정원에서

기념사진을 찍던 내가 말했다.      


당시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과 훗날 모교 정문 앞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사실 약속에 그리 특별한 의미는 없다.


숫자 7에 의미를 두는 게


왠지 멋져 보여서 내가 고안해냈다.


그날 만나면 우린

얼마나 어른이 돼있을까?!


‘두근두근...’   



성내중학교가 내가 졸업한

성일 국민학교(본인은 ‘국민학교’를 다녔다.)

옆에 위치했기에 통학은 편했다.


집에서 도보로 20분 거리.


'한강수 부딪치는 서울 동녘에..♬'


강동구에 위치한 성내중학교의

교가 앞부분이다. 학교 교정에 두 개의 나뉜 정원에 돌로 된 벤치가 있었다.

정원을 잇는 미로 같은 작은 길은 항상 작은 돌들로 채워져서 걸을 때마다 돌 부딪치는 소리가

 '자갈자갈~' 정겹게 들린다.


봄가을에는 자주색 체크 조끼와

주름치마를 입었고 겨울엔 폴라티에 곤색 재킷.


여름엔 파란색 주름치마에
파란 줄무늬 반팔남방을 입었다.
우린 도시락을 싸들고 다녔다.

식사를 판매하지는 않았던
교내매점에서는 시중에선 보기 힘든
몇몇 간식거리가 있었다.

크림 샌드위치 두 개가 들어간
200원짜리
'참 샌드'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당시엔 ‘한류 열풍’은 없었고
해외 문물들을 동경했다.

미국의 ‘뉴키즈 온 더 블록’이
열풍이기도 해서 그들의 뮤비가 나오는

잠실 지하상가 계단에는
늘 여중생들로 꽉 채워졌다.

그걸 보며 열광하며 환호하고.
영문가사를 소리 나는 대로
한글로 받아 적어가며 외우고
또 모두에게 자랑하던 기억이 난다.


새로 부임한 젊은 여선생이
도덕 수업을 맡았다.

그녀는 곱실거리는 단발머리에 금테 안경, 웃을 때 손으로 입을 가리는(치아교정을 하고 있었다.)
여대생 포스였다.

그녀의 수업엔 다양한 자신만의 생각을 발표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에게 늘 특별한 숙제를 내주었다.

“이번 과제는 여러분들이
조를 나눠서 주제에 맞춰 토론해보고
토론 내용을 발표하는 걸로 하겠어요. 호호호..”


 각 조를 5명씩 나눠서 도덕 숙제가 있었다.

우리가 지켜야 할 어른들을 대하는 예절에 관한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 조 원 중에 한 명인 부스스한 긴 단발 곱슬머리에 안경을 내려쓴 얌전한 아이. 문기 덕분에 우린 특별한 숙제를 할 수 있었다.


저기.. 우리 조는 

특별하게 동영상을 찍어보자.”


당시 그녀의 아빠가 촬영 도구

비디오카메라를 사줬는데

 지금처럼 모바일로 동영상을 제작해서

 ‘유튜브’에 쉽게 올리는 건 상상할 수 없던 시절이다


그땐 삐삐조차 보기 힘들었으니.


예의 없는 세 가지 상황들을 정했고

 나름 어른, 아이들로 콘셉트를 잡아 분장을 했다.

나는 연출에 필요한 그림들을 준비했고

 보기의 두 번째 상황을 연기했다.


"우아.. 너네 집에

    별 게 다 있다!"


우린 항상 문기네 집에 모였다.


문기네 집은 촬영이 편한 2층 양옥집이었는데

식구들이 많아서 촬영할 때 의상과 소품들이 많았다.

우리는 각각의 상황에 맞춰 연기를 했다.

초반엔 대사마다 웃음을 참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나름 진지했다.


마지막엔 노인이 지고 가는

짐을 들어드리는 내용으로.


“이리 주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사실 평소엔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게 촬영한 동영상은
문기 그녀가 아빠와 함께 편집했다.


조별로 과제물을 발표하던 날
열심히 제작한 비디오테이프는
방송실에서 틀어줬다.


아이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도덕 선생님도 웃으며 박수를 보냈다.
수업자료로 쓰고 싶다고 하신다. 성공!



그때 촬영을 하며 친해진 조원들

문기, 은애, s양, 보현이.. 그리고 나.

우리는 잘 지내다가 서로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해서

 함께 그림을 그리던 S양을 제외하고는 모두 연락을 할 일이 없어졌다.


그러다가 점점

 연락이 끊기게 된다.


그래도 마음속의

‘언젠가 2000년이 되면..?’

이란 어렴풋한 약속은 내 마음에 남아있었다.       




                                                                                                                                                 

 아주 오랜만의 해후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종종 TV로 본다.


그럴 때마다 늘 그들이 하는 말.


“아이고~
그때나 지금이나
 어쩜 이렇게.. 하나도
 안 변했누?!”


서로 부둥켜안으며

반가워하는 모습들이다.                                                 


‘뭐가 하나도

 안 변했다는 거야?!

저 할매들은 원래부터 저렇게

쪼글쪼글했단 거야?ㅋ’


그땐 전혀 몰랐다.

그 기분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될 줄은.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그들을 만나게 되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아직

밝은 빛이 남아있는 초여름 저녁.

 나는 그들을 만나러 간다.


성내중학교 정문 앞

2000년 7월 7일 저녁 7시다.


일단 만남을 주최한 내가 가장 먼저다.


‘나 혼자만 기억하고 있는 거 아냐?

 아무도 안 보인다!ㅜ’


학교 운동장과 정원을 둘러보니


너무나 작게 느껴진다. 그땐 참 넓기만 했는데..


7시가 되려면 아직 몇 분이 남았다.


여유시간에 학교 운동장과

정원을 찬찬히 둘러보니

너무나 작게만 느껴진다.


여기서 놀던 그땐 참 넓기만 했는데

벤치도 넘 쪼꾸매.


몇 분 기다리자 하나둘씩

아이들이 나타난다.

    

“우아! 기억하는구나?!
 넘넘 반가워! 예나 지금이나
 똑같네?!하핫.."


 코에 내려오는 금테 안경 대신 렌즈를 껴고

마스카라로 힘을 준 문기다. 그래도

그녀를 멀리서도 또렷이 알아볼 수 있다.

표정과 느낌이 변합 없기 때문이다.


“정말 너도
 하나도 안 변했어!
 예전 그대로야! 호호”

문기가 나를 보며
반갑게 말한다.


‘나 그때보다

이뻐졌거든?!ㅋ’    

  

그렇게 다섯 명 모두 모였다.  


그때 동영상을 멋지게 편집하던 문기는

편집디자이너 일을 배운다 했고 s양은 그림 전공,

 보현이는 관광 쪽으로.. 꾸미기를 좋아하던 은애는

 의류 디자인을 배운다고.   

   

나도 이때는 의류 쇼핑몰 일을 배우며

 꿈을 키우고 있었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우리들의 이야기는 밤이 깊어간다.   

  

아직 아무도 기혼자는 없었다.

 다들 자신의 자리에서 채워나가는 열정적인 모습이다.   

                 



이제 세월이 더 흘러..


최근들은 소식에 의하면 보현이가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고 한다.   

다른 친구들은 어떨까?      


Z세대의 아이들을 키우느라

힘들 그들이 좀 안쓰럽기도 하다.


신세대, ‘X세대’라는 말이 등장하면서

 각각 세대별로 특성이 나뉘기 시작했다.

X세대는 보통 19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을 말한다. 내가 포함된 과거 X세대가

글과 사진 중심의

 ‘네이버’를 이용해 정보를 검색한다면


그들의 자녀인 Z세대는


 '유튜브'에서 동영상으로 정보를 검색한다고.  


         

아.. 요즘 세대들과 잘 소통하려면


 ‘유튜브’에 진출해야 한다는데 아직 막막하다.ㅠ


 무엇이든 시작하려면

정기적으로 쭉 이어 내야 하는데

 동영상으로는 아직 자신이 안 생긴다.


 그래도 정리가 되면

조만간 도전해야지.                    




‘우리 땐

 안 그랬는데... 쯧쯧..!’  

   

과거 우리 세대가 들었던 이 말을

 이제 새로운 세대에게 하게 된다.    

 

 ‘우리 때~’라는 푸념은 돌고 도나보다.     

이제 많이 변했을 우리들.

 2020년 7월 7일 저녁 7시에

모두 만나고 싶다.  

    

모교인 성내중학교 앞에서.   


                                     

바른 생각들을 쌓아나가면

               

비로소 올바른 '매듭'이 완성된다.   

   


쪼글쪼글한 어르신이 되어


우리가 다시 만나면...               


 ‘나잇값’ 하는 진짜 어른으로 성장해있길.  



 

-풀리지 않은 매듭

6편(종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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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라는 무게 (일러스트/캘리/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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