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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Jul 23. 2019

'환자 보호자'는 아플 틈도 없다!

딸의 '병원비 폭탄'에도 감사해야 한다. 엄마라서.. ㅠ

 "환자 컨디션 좀 어떠세요?? 오늘 안색이 아주 밝아 보이는 게.. 요즘 들어서 자꾸

 더 예뻐지는데요?~ 호호호~"  


치료사의 기분 좋은 아침 인사에 '외눈박이' 딸래미의 톡톡 튀는 대답-


  "제가 뭐 그렇게 보는 눈도 없는 줄 아세요?! 이래 봬도 저도 볼 건 다 본다구요~!그런 '멘트' 날리지 말아욧!ㅋ"  오늘도 이런 딸의 당찬 대답에 치료사, 의사, 간호사들 할 것 없이 다들 웃음보가 터진다.


  -병상. 엄마의 시선-7



   오랫동안 병간호를 하는 주변의 환자 보호자들에게 들은 조언이 있다. 의식 없이 누워만 있는 환자들이 가장 조심해야 하는 질환은...? 그건 바로 '욕창'이란다. 아이가 침대에 묶여있는 상태라고 하더라도 욕창이 생기지 않으려면 항상 몸을 요리조리 돌려 눕혀야 한다. 딸의 '콧구멍'에 호스를 연결해 영양분을 주입시키던 당시 몸무게가 40kg 이하로 줄었다. 하지만 축 늘어진 아이의 몸을 뒤척이기는 너무 힘들었다. 그동안 이것저것 신경을 너무 많이 쓴 탓이었을까? 이제 병원 생활이 1년이 다 되어가는 요즘 나의 눈도 자주 먹먹함을 느낀다. 환자 보호자를 언제 호출할지 신경 쓰다 보니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게 습관이 되었다. 편치 않은 보호자 침대가 아니더라도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하지만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더라도 힘든 내색을 하면 절대 안 된다.

 '환자 보호자'는 아플 틈이 없다!

  이 곳의 하루는 언제나 정신없이 빠르게 돌아간다. 특히 치료받아야 할 게 많은 환자 보호자 입장에선 더 그렇다. 오늘도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서 활동이 어려운 중증 환자를 위한 치료 프로그램이 있다. 그러니까 '방문 치료'인 셈이다. 딸아이는 눈 하나만 덩그러니 뜨고 침대에 꽁꽁 묶인 상태로 늘 웃는다. 아니, 치료사들은 물론 간호원, 의사들, 옆자리 환자 보호자들까지도 참 잘도 웃긴다. 재활 치료를 위해 치료사가 병실을 방문했다. "환자 컨디션 좀 어떠세요?? 오늘 안색이 아주 밝아 보이는 게.. 요즘 들어서 자꾸 더 예뻐지는데요?~ 호호호~"  치료사의 기분 좋은 아침 인사에 '외눈박이 딸래미'의 톡톡 튀는 대답- "제가 뭐 그렇게 보는 눈도 없는 줄 아세요?! 이래 봬도 저도 볼 건 다 본다구요! '멘트' 날리지 말아욧!ㅋ"   이런 딸의 당찬 대답에 치료사, 의사, 간호사들 할 것 없이 다들 웃음보가 터진다. 이렇게 치료사들에게 건넨 웃음들은 항상 재활 시간을 더 연장시키고 실제로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됐다. 아이는 본인의 '아픔'까지도 '웃음'으로 만드는 참 특별한 능력이 있다. 원래 아이의 음성이 차분하고 낮은 편이었는데 지금 딸아이에게 들어온 어린아이는 높고 맑은 음성이다. 최근 딸아이의 뇌 상태 진단한 결과 지능이 세 살 백이 아이 수준이라고 했다. 낮아진 지능에서 어떻게 남들이 생각지도 못하는 이야기를 끌어내는지 어쩔 땐 딸이 참 신기하다.



   누워서만 생활하는 아이에게 드디어 이제 휠체어를 타도 된다는 주치의 허락이 떨어졌다. 깨어진 골반이 이제야 흐트러짐 없이 굳어가는 모양이다. 이제야 한시름 맘이 놓인다. 저녁 무렵이 되자 딸의 동료들이 퇴근 후 몰려왔다. 여의도 성모병원 7층 복도는 휠체어 가동 준비로 떠들썩한 분위기다. 아이의 친구들과 동생들 너 댓 명이 딸을 들어 휠체어에 옮긴다.  "와~ 신기해요~! 나 이제 휠체어 탈 수 있는거야?!"  딸이 아이처럼 방실방실 웃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딸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더니 병원 7층 복도를 반 바퀴쯤 돌았을까?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그러더니 갑자기 멀미와 구토를 해댄다. 오랫동안 누워서 생활한 아이에게 휠체어가 아직 무리인가 보다. 주치의는 앞으로 휠체어만 타야 할 거 같다는 소견이다. 하지만 오른손을 움직일 수 없어서 휠체어 바퀴조차 굴릴 수 없거니와 더 큰 문제는 뇌손상으로 제대로 볼 수 없게 된 '시각장애'로 혼자 다닐 수 없다. 딸을 장애인 등급을 받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 주변 권유로 딸의 몸상태를 진단받기로 했다. 사실 '장애 3등급' 정도를 예상했는데 뜻밖의 더 안 좋은 결과에 눈 앞이 흐려왔다.  게다가 '장애등급'이 높게 나온다고 하더라도⁠ 국가에서 지원은 기대할 수 없다는 걸 알고는 더 막막하다. 그나마 국가에서 한 달에 얼마씩 보조해주는 경우도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가 기본적인 '집'과 '차'도 없는 '저소득층'이어야 한다. '병원비 폭탄'에도 지원 없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평범한 부모라서 국가에 감사해야 하는 걸까..?


   어린 시절부터 병치례 한 번 없는

너무 건강하던 내 딸은...

 이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뇌병변 장애1급' 판정을 받는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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