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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Sep 02. 2019

당신이 남에게 상처 입힐 권리?!

sns 뒷담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앞담화  ‘자격’이 있나!?


Q. 미혼 장애 여성이 
혼자 외출 못하는 이유?!
 '경험을 해보니.. 알겠더라. ㅠ'
  -퇴원 후 (2004~ )              


예전의 나는 땀이 많은 건강한 체질이었다. 하지만 사고로 몸 상태가 안 좋아지면서 혈액순환도 안 되고 이제 내 몸의 땀이 모두 바싹 말랐나 보다. 알맞은 재활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지만 그러기엔 아직 세상에 나가기 너무 두렵다.

여러 겹으로 뿌옇게 겹쳐 보이는 '시각장애'가 생기면서 넘어지고 부딪치기 일쑤. 게다가 휠체어 생활로 활동을 못하니 당시 살이 너무 많이 쪘다. 혼자서는 걷기에 버거울 만큼. 차라리 휠체어 생활을 할 때가 덜 힘들었던 것 같다.

어쩌다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동네라도 걷게 되면 사람들이 나만 쳐다본다.          
엄마가 고민 끝에 찾은 처방전이 있었으니 '찜질방'에서  빼기-
퇴원 후 이사할 집을 알아볼 때도 집 근처에 찜질방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만큼 우리는 찜질방이 꼭 필요했다. 일주일에 두 번은 엄마와 집 근처 찜질방.

그날도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찜질방에 갔다. 옷을 갈아입고 습관처럼 엄마 어깨를 잡아 뒤뚱대며 
소금 사우나에 들어간다.

"이쪽으로 와서 누워.."  
딸이 누울 자리를 먼저 깔개로 만들어주고 곁에 눕는 엄마. 나도 뜨뜻한 자리에 녹녹해진 몸을 눕혔다. 이 따뜻한 기운에 오늘도 쌓인 피로가 풀리는 것 같다. 내가 청소 빨래를 하는 것도 아니고 하는 건 없지만 그래도 늘 피곤하다. 눈을 부치려는데 그때 찜질방 어딘가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온다.

"에휴불쌍해라몸도 제대로  가누네옆에서 진짜 힘들겠어그치?~"  
그러자 그 말을 듣고 
옆의 일행이 말을 잇는다. 
"진짜 불쌍하네
 여자 '치매'인가
요즘 젊은 치매환자도 많대
하튼  됐어쏙닥쏙닥..." 

그 말을 듣고 엄마가 몸을 벌떡 일으키며 그들을 향해 버럭 화를 낸다.
"지금 20대인 애한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그러자 당황한 아줌마들.
"아휴~ 죄송해요. 
넘 불쌍해 보이길래 그냥.."

그들은 자신이 생각 없이 내뱉는 말이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퇴원 후 외출을 어렵게 만드는 건 앞을 제대로 못 보게 되어 넘어지고 부딪치는 '돌발 사고'가 아니다.  그렇다고 탈골된 다리로 걷기에 버거운 신체조건도 아니었다. 
가장 무서운 건.. 
나를 '동정'으로 바라보는 그 시선들과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여대는 그들의 '막말'이었다.       





- '누구도 남에게 상처를 줄 권리는 없다!' (2014)

언젠가 혼자 지하철을 탄 적이 있다.
 "헥?~ 불쌍해라. 저 아가씨 '소아마비'인가 봐~ 저런..." 
그 옆에 아줌마도 말을 거든다.
 "아유~ 원래 '장애인' 같은데? 젊은 아가씨가 너무 안 됐어. 쯧쯧쯧~"  그들이 바라보는 시선에서 오늘도 나는 다리를 저는 소아마비에 '불쌍한 젊은 아가씨'가 된다. 그 후로 참 많은 시간을 재활운동을 위해 투자했다.

오늘도 새벽 5시 15분에 집을 나선다. 그리고 '보라매공원'으로 향한다. 빠른 걸음으로 20분 걸으면 걷기 트랙에 도착한다. 한 바퀴에 880m의 트랙을 돈다. 해가 뜨기 전에 운동을 시작하게 된 지 벌써 6개월에 접어든다.
햇볕이 내리쬐면 눈이 불편하기 때문에 아예 해가 뜨기 전에 서두르게 되었다.  

그동안 비가 오거나 특별한 행사 없이는 단 한 차례도 쉰 적이 없다.
처음 트랙을 돌 때만 해도 한 바퀴가 어찌나 길던지 걷다가 쉬다가를 반복했다. 꾸준한 운동으로 요즘은 걷기 트랙 10바퀴를 채우고 있다. 집까지 이동 거리랑 도합 '만 사천 보-!'

"아유~! 오늘도 열심이네요.
걷는 게 너무 좋아져서 보는 제가 더 뿌듯해요! 아는 지인들한테 아가씨 자랑 많이 한다니까..!"
곁에 있던 다른 아줌마도 말을 거든다.
"첨에는 걷는 게 많이 불편해 보이더니 요즘엔 아가씨가 나보다 훨씬 빨라져서 놀랐어!"  
보라매공원에서 걷기 트랙을 돌고 혼자 체조를 하며 몸을 푸는데 내 뒤에 선캡을 눌러쓴 아줌마들이 나를 반긴다.

"몸이 힘이 들어서 운동 나가기 싫어질 때마다 아가씨 생각을 하면서 힘내서 나와요. 정말 고마워요!" 
 그들은 나를 '동정'의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함부로 '막말'을 내뱉지도 않았다.

상대방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면서 되는대로 말을 내뱉어 깊은 상처를 주는 이들이 많다. 무책임한 막말 sns 댓글을 자제하자는 캠페인도 많이 나온다. sns 댓글이야말로 얼굴 노출 없는 ‘뒷담화’ 인데 그 때문에 자살을 택하는 공인들을 보면 넘 안타깝다.

  나처럼 '중도장애'를 입어 안 그래도 힘든 이들에게 무작정 동정하는
 ‘앞담화’가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남에게 상처가 되는 막말을
습관처럼 내뱉는 당신에게 한 마디.  
‘이제... 제발..
   그만 좀 나대시길.’


Q. '불편'하면 
      '불쌍'해야 할까..?!


'장애'에 대한 당신의 편견.
미긍이 깨드리겠습니다.

값싼 '동정'말고..
  값진 '응원'이면 됩니다 !


                  -미긍 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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