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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Sep 13. 2019

'누굴 위해 절을 하나요?!'

한 젊은 청년이 쉴 새 없이 절을 한다. 그가 무섭.. 다ㅠ

어두운 수련장.

이곳에서 쉴 새 없이 절을 하는

젊은 청년이 있다. 이거 혹시.. TV에서 본

'사이비 종교' 아냐?! 무. 무섭다..'


"도대체.. 누굴 위해서 절을 하시나요?"(소름;)

내 물음에 그가 절을 하다가 말고

갑자기 폭소를 터뜨린다.

 "누굴 위해서요..?! 아하핫..  누구긴요~

당연히 저를 위해서지요! 신입 회원이시구나?ㅋㅋ"


 -재활/단전호흡 수련 시작 (2006~)



 "또 인터넷 쇼핑이야?! 제발 밖에 나갈 생각 좀 해봐! 아유~ 답답해!"  아침부터 엄마의 잔소리. 그래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쇼핑질을 한다. '오늘은 뭐 없나..?'  이젠 나에게 빼놓을 수 없는 일과가 되어버린 '인터넷 쇼핑!.' 퇴원 후 2년이 다 되어가지만 딱히 할 것도 만날 사람도 없는 요즘이다. 남자 친구를 만나더라도 그는 늘 뭔가에 쫓기는 듯 얼굴 도장만 찍기 일쑤. 엄마는 밖에 나가라고 하지만 사람들이 나만 보는 시선들을 느끼게 되면서 그것도 용기가 더 필요하다. 왜 잘 못 보게 됐는데도 사람들 눈초리는 귀신같이 알아채는지. 어쩔 땐 내가 봐도 신기하다.


 "너 재활 운동할 곳을 찾았어. 한번 상담받아보자!"  단단히 결심한 듯 말하는 엄마의 결의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길을 가다가 버스에 붙은 광고를 우연히 발견했다며 말하길. "몸을 많이 쓰는 운동이 아니라 '기 체조'를 지도하는 거 같아! 못 움직이는 너한테 맞을 거야." 사실 최근에 엄마가 처녀 때 했었다는 '요가'를 배워볼까도 했지만 그것도 내 몸에 무리가 따르고 고민이었다. 난 별로 상관없었지만 엄마가 고민.


엄마는 나와는 정 반대의 성격과 체형이다. 한 시도 가만히 못 있는 부지런한 '날씬쟁이.' 나는 이제 주는 대로 먹고도 활동을 멈춘 '뚱뗑이 ㅠ...'

어쨌든 우리 모녀는 그곳에 상담을 예약하고 집에서 걸어서 그곳을 찾게 되었다. 우리 집에서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지만 내리막길로 이어진 길이라 엄마에게 어깨를 의지하며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엄마에게 의지하니 엄마가 가쁜 숨을 내쉬며 드디어 말했다.


"휴~ 다 왔다. 들어가 보자!"

7층에 자리 잡은 그곳에 들어가 보니 향을 피워놓은 듯 내음이 풍긴다. 눈이 이렇게 되면서 후각이 무척 예민한데 이건 뭐지..? 나쁘지도 좋지만도 않은 묘한 기분..?


그때 어떤 여자가 나오더니 우리를 반긴다. '도복'을 입은 마른 체구에 꼭 묶은 중간 정도의 생머리. 말하는 게 아주 야무진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원장이란다. 화장끼 없는 맨 얼굴인데 피부는 되게 좋네? 원장을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스캔하고 있는데 엄마와 원장과의 상담이 이어졌다. "따님이 교통사고가 크게 났군요? 마비가 어느 정도인지요..? 저희 센터에서 하는 수련은 인체에 무리한 동작은 아니니까 염려 안 하셔도 됩니다." 엄마가 말을 이었다. "음주운전 차에 치이고 8m를 튕겨 나면서 골반이 산산조각 났는데 일단 뼈는 굳히기를 했고.. 탈골된 다리뼈 때문에 인조뼈를 넣었고.. 아직 걷기 불편해요. 그리고 좌뇌 손상으로 오른손이 마비되고 아, 그리고 아 맞다. '시각장애'가 생겨서 잘 못 보게 됐고요..."  

그러자 원장이 엄마 손을 꼭 잡는다.  

"저런.. 어머니가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셨을까요?!"


엄마가 설명하는 내 상태를 듣다 보니 나는 '중병 환자'다. 엄마가 원장의 공감에 금방 눈시울을 적신다. 병원에서 오랜 기간 내⁠⁠가 환자 생활을 할 때 내 앞에서는 눈물을 잠그고 살았는데 그때 생각에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지 한동안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좀 그만하시지..

솔직이 그때는 엄마가 어떤 심정인지

감히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어쨌든 내일부터 한 번

  운동을 시작해보기로 한다!


이튿날 아침 수련시간에 맞춰서 10시에 도착했다. 오늘은 나 혼자였다. 그런데 센터 회원들이 다 하얀색 도복을 입고 있다. '향 내음'에 '하얀 도복'이라..!?

어쩐지 '사이비 종교'같다. 일단 도복을 빌려서 갈아 입고 수련을 하려는데 20여 명의 모인 회원들 대부분이 중년이다. 기본 동작이라고 하는

 '단전 치기'(* 단전: 배꼽 아래 5cm 내려와서 안쪽으로 5cm 들어간 곳을 '단전'이라 하는데 여기를 두드려 주는 동작.) 동작을 배웠다.


'아.. 또 나만 이래.?ㅜ

오른손이 안 움직여진다. 단전을 내리칠 때

 '퍽~'하는 경쾌한 소리가 나는데

오른손으로는 그 소리도 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쳐다볼까 괜히 눈치만 슬금슬금 보다가 그만뒀다. 이것저것 수련 끝에 누워서 하는 동작이 있는데 불을 끄고 어두워지니 잠이 솔솔 온다.

에라 모르겠다. 누운 김에 한 숨 자야겠다. 그야말로 '꿀잠'이었다. 잠깐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벌써 수련이 끝났는지 회원들이 모두 가고 없다. 또 어디선가 향 내음이 풍기는가 싶더니 어두운 수련장이 왠지 으스스하다.


그때였다. 어두워진 수련장.

이곳에서 절을 쉴 새 없이 하는 한 젊은 남자가 보인다. 점점 더 무서워진다. 마음을 다잡고 용기를 내서 그에게 물었다. 혹시 이거 '사이비 종교' 아냐?


 "도대체.. 누굴 위해서 '절'을 하시나요..?"  무섭.. 다. 내 물음에 그가 갑자기 절을 하다가 말고 폭소를 터뜨린다.

"누굴 위해서⁠요..? 아하핫.. 누구긴요~

당연히 저를 위해서지요!

 '신입회원'이시구나? ㅋㅋ~"


그곳은 다행히 우려했던 '사이비 종교 단체'는 아니었다. 휴~ 지금처럼 유명해지지 않았을 때라서

마치 '사이비 종교' 같은 수련 동작이 반복된다. 그곳은 현재 ‘단전호흡' 수련을 지도하는 '단월드'로 명칭이 바뀌고 여러 효능이 검증되면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때 혼자 어두운 수련실에서 절하고 있던 남자는 내 또래였는데 '절 수련'으로 틀어진 척추를 개선하고자 하는 대학생이었다. 당시 내가 하얗게 겁에 질린 얼굴로 묻는 질문에 어이없고 웃겨서 수련을 못했다고. ㅋ

-'단월드' 수련 볼펜 드로잉 (2012)

 '유튜브'에 올라온 자료를 보니 절 수련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 경락 운동’이라 한다. 평소에 불면증과 두통을 있을 때 '절 수련' 일주일이면 통증을 완화시키는데 탁월하고 또한 고혈압과 당뇨병도 개선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또한 등뼈가 휘는 '척추측만증'에 아주 좋다. 수련 지도자도 나에게 절 수련을 해보라고 많이 권유했지만 부서진 나의 하체로는 앉기에도 버거운 터라 보류했다. 어쨌든 내가 재활로 가장 먼저 택한 단전호흡 수련 덕분에 많은 기운을 받았고 2007년 7월부터 매달 내는 회비 대신 목돈을 내서 '평생회원'으로 등록했다. 그리고 수련을 꾸준히 하면서 '절 수련'을 대신할 수 있는 운동법도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은 종종..

자기 자신을 위해 '절'을 한다.

몸을 계속 움직여야 건강도 되찾고..


끊임없이 생각을 해야

지워진 기억과 손상된 뇌혈관도

회복된다는 걸 깨닫는다.


 -장애인이 된 후 (2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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