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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Sep 20. 2019

#장애이해 ‘눈물로 장애극복’

재활로 '단전호흡' 수련을 하면서 달라진 것..?!

밖에 나가보라는 엄마의 권유에도 꿋꿋이 버텨오던 나에게 좋은 습관이 생긴다.

드디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깨우치기 시작. '단전호흡' 수련에 꽂힌다! 사실 단학원의 수련은 새벽 6시부터 시작되지만 내가 직장 다니느라 시간을 아낄 상황도 아니고 뭐 굳이 새벽에 나갈 생각은 없다. 결국 회원들이 가장 많은 10시 20분에 시작해서 11시 45분에 수련을 마치는 오전 타임을 택했다. 이 시간은 주로 중년의 주부들이 많다. 수련 동작을 할 때마다 호흡을 길게 내쉬는데 어쩔 땐 희한하게도 눈물을 콸콸.. 쏟아낸다.


 '아, 오늘은 티슈를 못 챙겼는데..

눈물 때문에 앞이 안 보인다. ㅠ'   

그런데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유독 '목 운동'을 할 때면 하품과 함께 눈물을 쏟아내곤 한다.

눈물이 줄줄 나오니 오전부터 공들인 화장이 범벅이 된다. (떡 됨;)


언젠가 수련을 마친 후 원장에게 이유를 물었다.

 "왜 저는 유독 목 운동을 할 때면 하품이 나오고 눈물을 쏟을까요? 다른 회원들은 안 그러던데 왜 나만 그러지?"  

그러자 원장이 웃으면서 대답한다.

 "주혜 님이 목 운동을 아주 잘하고 계신 거예요, 목 운동을 할 때 하품을 하게 되는 이유는 뇌에 산소를 공급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랍니다. 그때 눈물도 동반되는 거고요. 차차 개운함을 느끼게 되실 거예요!"  


내가 다른 회원들보다

유독 눈물을 많이 쏟아내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사고로 차에 부딪쳐 튕겨 오르면서 땅에 떨어질 때 머리가 깨졌었는데 그때  피가 차면서 '뇌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머리를 다친 후엔 평소보다 하품이 잦아졌다. 약기운이 너무 세서 그런가 대수롭게 생각지 않았는데 그것도 뇌손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하품을 하면서 눈물과 함께 내 안의 노폐물들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 거라고 하니..

나에게는 정말 꼭 필요한 '특별 재활'이다.

힘을 크게 들이지 않고 평소에 신경만 쓰면 쉽게 하는 재활운동. '목 운동'을 '목 디스크가 올 만큼(꽂히면 죽어라고 함!ㅎ;) 습관적으로 열심히 했다. 수많은 눈물로 뇌에 찬 노폐물들을 몸 밖으로 내보내면서 결실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신기하게도.


'엥..? 아직 눈썹 안 그렸는데..?! 모지..?'

화장하기 전 무심코 거울을 봤는데 오른쪽에 눈썹이 이미 그려져 있다?! 어제 세수도 했는데 말이다. 사고 후 좌뇌를 다치면서 오른손 마비(* 병원에서는 지금도 왼손으로 그림 그리는 줄 안다. 마비는 계속 진행 중..ㅠ)와 더불어 시각장애 말고도 오른쪽 눈썹 있는 자리가 맹숭맹숭. 그동안 왼손으로 오른쪽 눈썹을 그리고 다녔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펜슬로 그린 자국이 아니다. 눈썹을 그리지 않아도 될 만큼 오른쪽 눈썹이 잔잔하게 돋아나고 있다!


이렇게 생활 속에서 '인체의 신비'를 느낀다. '목 운동'은 현재도 그림 작업을 하는 중간중간에 잊지 않고 하고 있다. 목이 얼마나 중요한 신체기관 인지 느끼기에.


((여기서 잠깐~))

'목 운동'은 장소와 옷차림 등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틈틈이 하면 피로를 푸는데 도움을 준다. 방법을 소개하자면.. 먼저 호흡을 내쉬며 긴장을 풀어준다. 다시 숨을 들이마시고 호흡을 길게 내쉬면서 동작을 하는데 '동, 서, 남, 북' 네 방향으로 목에 힘을 빼고 스트레칭을 한다.


그리고 목을 평소에 돌리지 않는 반대 방향으로 먼저 천천히 돌린다. 반 바퀴는 숨을 들이마시고 호흡을 천천히 내뱉으며 다섯 바퀴를 돌렸으면 그 반대 방향으로도 같은 수만큼 돌려준다. 다시 호흡을 크게 내쉬고.. 이렇게 힘을 빼고 돌리다 보면 하품이 나오고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눈썹이 나는 건 나처럼 '뇌 손상'을 입은 특별한 경우니까 원래 눈썹 없는 언니들에게는 스트레칭 효과만 있음. ^ ^)


다리뼈가 탈골되고 골반 손상을 입으며 오른쪽 다리 길이가 7mm가 짧아졌다.

걸음을 디딜 때 절룩거린다. 그래서 고안해낸 방법이 신발 오른쪽에만 깔창을 몇 개씩 높여 깔고 신는 것. 당시 자주 신었던 '퓨마 가죽 부츠'도 구두 수선집에 맡겨야 했다. 오른쪽엔 속굽을 높여 깔았다. 구두 수선하는 공간은 한 평 남짓. 좁은 쪽 의자에 앉아 기다리면 나는 주로 혼잣말을 한다.


 "우아. 신기하다. 웬 솔이 이렇게 많아요? 구두 약도 종류별로 다르나 봐요."  아저씨는 귀찮은 듯 별 대꾸가 없다. 그냥 묵묵히 일하다가 나의 건강 상태를 한 번씩 묻곤 한다. 그러고 보니 전에는 내 또래가 아니면 그닥 말을 하기 어색해서 피했는데 이젠 대답 없는 나이 많은 아저씨랑도 대화를 이끈다.

언젠가 그를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볼펜 드로잉/ 포토샵 2013


-오른손을 빛내는 '왼 손' 시리즈 (볼펜드로잉 2013)

전신운동에 효과적인 '절 수련'을 대신해 내가 할 수 있는 수련을 발견했다! 일단 몸에 붙지 않는 편한 복장에 누울 수 있는 공간, 그러니까 집에서 tv 시청하는 편한 시간 추천. 바로 '발끝 부딪치기' 운동이다. 절 수련 대신할 수 있는 전신운동으로 꼽는다. 귀가 얇은 나는('창호지' 마냥 얇은 귀..;) 매일 습관처럼 하게 됐다.


발끝부딪치기 3000번!( 2006)

오전에 수련장에 오면 옷을 수련복으로 갈아입고 양말을 벗고 차갑지 않게 물을 한 잔 마시고 기지개를 쫘악 편 뒤.. 먼저 개인 수련을 시작한다. 단체 수련 동작을 따라 하기 전 자율 수련 시간, 첨에는 50번도 채우기 힘들다. 마비된 근육 탓에 오른쪽 발은 잘 움직일 수 없어서 왼쪽으로만 발끝을 움직이다 보니.. 어느 정도 기간이 흐른 뒤 100번도 할 수 있게 되고 200번.. 어? 할 만하네?!! 안 움직이던 오른발이 조금씩 움직여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발 끝 부딪치기 1000번을 세 번 채우게 됐다! 3000번. 그렇게 수련에 열중한 뒤 7개월쯤 지났을까? 몸에 변화가 생긴다. 수선해야 겨우 신던 신발이 점점 불편해진다. 그동안 한쪽만 높여 신다가 이젠 신발 굽들을 빼내는 공사를 해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신기하다. 발끝부딪치기로 틀어진 골반이 잡힌 걸까..?!


'더 이상의 공사는 없다!'

     -재활수련에 빠지다!(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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