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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Oct 09. 2019

여성장애인 홀로 못 다니는 이유?!

-직접 경험을 해보니.. 이제야 알겠더라. (2008)

''이제 혼자 밖에 나가야지!

나도 나이가 있는데 언제까지 보호 속에

살 순 없잖아?'

퇴원 후 혼자 외부에 나가는 건

그야말로 실험이다.   

   

부모님은 부부동반 여행 일정이 잡혀있다. 엄마는 나 혼자 치료를 받으러 이동하는 걸 무척이나 불안해하며 치료를 당분간 쉬자고 권한다. 하지만 나는 한 번 해보고 싶다.

어차피 언젠가는 먼 거리에도

혼자 이동해야 할 텐데 이참에..

‘가즈~아, 도전이다!’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4호선 미아 역까지 지하철로만 50분 소요.  사실 병원에 오래 머물면서 우리 집은  살던 '강동구'에서 이쪽 '관악구'로 옮겼다. 치료받던 곳 대부분이 이쪽 부근이라 강동구에서 차로 이동거리만 한 시간은 족히 걸리기에.


결국 고민 끝에 지하철로 이동하기 용이한 곳으로 이사했는데 ‘아뿔싸!?’ 그건 7호선 숭실대 역에서 가깝다는 거였다.

내가 대부분 이용하는 2호선 서울대입구 역을 가려면 지하철까지 이동거리만 30분 정도가 걸린다.


물론 지하철까지 마을버스를 타면 편하겠지만 그걸 탈 수 없다. 버스 표지판도 감지 못 할뿐더러 덜컹대는 버스에선 혼자 중심잡기도 힘드니...  

결국 무조건 걷는 걸 택한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다리 운동이 참 많이 된 듯.   

  

치료받으러 혼자 가겠다고 가족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걱정을 끼친다는 걸 알기에. 불편한 오른쪽 다리를 질질 끌며 서울대입구역까지 30분 만에 어렵게 도착했다. 지하철을 하도 오랜만에 타는지라 표를 어디에서 구매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땐 장애인들이 지하철 승차 시 무료로 이용하는 '복지카드'를 사용할 줄 몰랐다.


사당까지 2호선을 타고 ‘두근두근’ 긴장 속에 4호선으로 갈아타는 구간으로 중심을 잡고 긴 계단을 내려왔다. 그런데... 어?! 이상하다?!

어떤 아저씨가 2호선 구간부터 줄곧 나를 따라오고 있는 거다?! 4호선 갈아타는 구간까지 쭈 욱.

나를 힐끔거리며 기분 나쁘게 자꾸 쳐다본다.


뭐지? 자신의 목적지가 거기인 양 2호선에서 4호선 미아 역까지 따라왔다. 다급히 치료받는 곳으로 나가는 출구 계단을 찾는데 그가 비실비실 웃으며 내게 다가온다! 주변을 둘러봐도 오전 시간이라 사람들이 별로 안 다닌다.          


"아가씨~ 나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가지?

좋은 거 볼래?? 흐흣"

그는 내 앞에서 보란 듯이 본인의 바지 지퍼를 내렸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좀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너무 놀라니까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지금 같아선 꼼짝 못 하게 스마트 폰으로 촬영하고 신고할텐데.     


외부로 나가는 출구는 둘째치고 일단 사람들 이동이 많은 쪽으로 몸을 돌렸다. 마침 이쪽으로 걸어오는 어떤 중년 아저씨가 보인다.     

"저.. 저기 변태예요! 저.. 좀 도.. 오 와주세요.ㅜ"     

다행히 그 중년 아저씨가 내가 울먹이는 소리를 알아듣고는 그 변태에게 다가가며 소리를 내지른다.     


"지금 나이 처먹고 뭐하는 짓이야?!

너 여기 그대로 가만있어! 지금 신고한다?!"

그러자 그 변태는 자신은 아무 짓 안 했다며 뒷걸음이다. 휴. 지하철 역사마다 이런 변태들로부터 여성을 보호해줄 수 있는 곳이 생겼으면 좋겠다.


여성장애인 홀로 외출하지 못하는 이유.

그러고 보니 내가 비장애인이었을 때도 여성장애인 혼자 이동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이렇게 직접 체험을 해보니 알 거 같다. 불편한 몸으로 보호자 없이 혼자 이동하는 여성은 자신이 보기에 쉬워 보이나?


비단 지하철에서 뿐만 아니라

길에서도 이런 나이 값 못하는 쓰레기들을 종종 본다.  

요즘 지하철에서 ‘몰카’로 여성들의 몸을 찍어대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잘 나가던  sbs 뉴스 앵커도 '지하철 몰카범'으로?! ㅠ

지하철에서 여성의 몸을 몰래 촬영하다가 발각되어 

뉴스 앵커자리에서 내려온 씁쓸한 뉴스를 봤다.

 50이 넘은 나이에 불공정한 뉴스들을 보면 자신의 쓴 소리 소견도 낼 줄 아는 당당한 모습에

평소에 내가 좋아하던 뉴스 앵커였는데 그 소식을 보고 놀랐다.

 '믿을 놈 하나 없다!' (대박 실망 ㅠ)   


그날 이후 나는 '지하철 달인'이 됐다!

지하철  이동할 때 단축 거리와 장시간 서서 가기 편한 위치 등.내리는 문 위치, 갈아타는 곳 파악.

변태들이 또 걸리면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신고.  

        

이제 빨리 예뻐져서.. 
요일별로 차있는 남친이나 꼬셔?!!ㅋ~
-가을과 겨울 사이 가슴을 적시는 너는.. ‘사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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