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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Oct 11. 2019

사고 후 다시 온 '사춘기'

아무런 잘못도 없는 내가  왜 아픔을 당해야 하지?-사고 후 피해망상

"삑... 삐익... 삑삑 삐이..."

어느새 시간은 새벽 3시가 넘은 것 같다.     

그날도 술이 머리 끝까지 올라     

비틀비틀 집으로 기어 왔다.          

   -사고 후 (2008.11)



현관 비밀번호를 제대로 누르지 못해     

한참을 비틀비틀 버벅 대는데     

갑자기 '덜컥~' 현관문이 열린다.               

그리고 갑자기 내 얼굴에     

 ‘퍽! 짝~ 차악~’ 소리를 내며     

여러 번의 따귀가 날아왔다.          


“이 미친 x!! 차라리 이럴 거면..     

 그냥 나가 죽어..!! 죽.. 어!! “               

맞다! 엄마에게서 자꾸만 걸려오는 핸드폰을     

술김에 한 통도 받지 않았다. 결국 전원을 꺼버렸나.     

내가 집 밖을 나서면 시각장애,

부서진 몸으로 휘청댈 걸 뻔히 아는

 엄마의 ‘폭풍 전화’가 오늘은 너무 지겹다.  


        

"흑, 그으.. 래~!! 나도 죽고... 싶어.!!     

 그냥 죽어버릴.. 게!!"          

몸이 이렇게 된 이후론 술이 너무 빨리 취한다.     

오랜만에 만난 예전에 함께 자주 놀았던 동창 지나와 이제 도통 말이 통하지 않는다. 내가 너무 많이 변해 낯설다는 하나같은 지나 포함 그들의 말에 나도 모르게 술을 계속 들이켰나 보다. 그날 처음으로 술김에 엄마에게 소리를 내질렀다.     

그렇게..

술 먹고 개가 되었다. 그날.  


        

".. 그래! 지금 그냥 죽자!!.."     

갑자기 엄마 손아귀에 목 뒷덜미를 잡힌 채     

 픽 쓰러져 질질~ 끌려갔다!     

술에 만취했지만 끌려가면서도 너무 놀랐다.     

‘헉. 나보다 덩치도     

훨씬 작은 엄마에게 이런 괴력이..?!!’     

그때 베란다 창문이 스르륵 열리고 차가운 바람이 들어와 머리를 스친다. 엄마는 내 머리채를 부여잡아 베란다 창살 밖으로 쳐 내밀었다!           

우리 집은 아파트 19층이다!     

간판 조명들이 어두운 거리를 밝히며 울긋불긋 영롱한 밤빛들이 타오른다. 저마다 내 눈 속으로 시리게 들어와 어지럽게 엉켜온다.     

‘욱, 속이 메스껍다.’    


           

“너 술 처먹고 이러라고     

내가 죽은 널 살렸니..?!”     

정신이 번쩍 든 건..     

쌀쌀해진 밤바람 때문도 따귀를 연달아 맞아 얼얼해서도... 술이 깨어서도 결코 아니다.               

사고로 죽어가는

딸내미를 먼저 저세상으로 보내지 못해     

밥 대신 눈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던..     

엄마의 눈동자. 그 눈빛이 선명하게     

나의 머릿속을 채웠기 때문이다.         

"내가 잘.. 잘못했어. 엄마... 다신.. 안 그럴게."                         


‘다시 혼자 걷게 된다면     

다 괜찮아질 거야. 다시 모두 원래대로     

돌아가게 될 거야!‘     


그렇지만 걷게 되었다고 다 된 게 아니다.          


사람들은 불편하게 혼자 걷는 여성에게

빌어먹을 관심들이 너무 많다.


앞은 제대로 보지 못해도 사람들이 날 바라보는 그 동정의 시선만큼은 기가 막히게 눈치 챈다.

 (빠른 눈치의 '달인’일세~!♬)          


세상이 싫고 사람들이 시선이 싫고..

그냥 모든 게 싫다. 그걸 이겨내지 못하는     

초라한 내 모습이 제일 싫어.               


후에 나의 상처들은 그림을 그리면서 조금씩 뿜어졌다. 제대로 못 걷는 나를 동정하는 사람들의 시선, 동정들은 일러스트 '광대의 꿈'이 되었다.          


우연히 일러스트를 시작하며 나의 장애로 인한 마음 아픔도 점점 치유되는 느낌이다.     

그날을 마지막으로 나는 더 이상 

술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마시지 않는다.       


“늘 웃는 표정에 작가님은..     

마음이 항상 편한가 봐요!

부럽네요. 진짜~”     


누군가는 나를 오해한다.     


물론 나의 모습을 편하게 느낀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단지 ‘운이 좋아서’였을까?     


수월하게 풀어낸다는 오해는 

더 이상 받고 싶지 않다.               


힘든 시련에 가끔은
 '' 되어보고..
그걸 이겨내야
 ‘진짜!
-아주 가끔은.. 개가 되어도.. (볼펜 드로잉/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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