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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Nov 17. 2019

#장애이해 아직은 ‘속 빈 강정?!’

: 겉만 그럴듯하고 실속 없음을 이르는 말.

   “실질적인 질문 하나 할게요.      

그림 판매만으로 생활비 충당이 되나요?”     


그녀의 목소리로 들어봐서 50대 정도인 듯.               

‘현재 내 상황을 솔직하게 대답해야 하나?’               


-장애인 ‘창작 아트 페어’ 강연中     

#그림에세이 #장애극복_미긍에세이     

-강연 준비 중 (19.11.15)          


오전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이런 날씨에 관람객들이 행사장을 찾을까?  

    

DDP에 와서 엄마와 화장실을 찾는데 낯선 건물 구조에 방향이 헷갈린다. 마침 전시장 내에 안내요원으로 보이는 여성에게 문의했다.     


“여기.. 화장실이 어느 쪽이지요..?”     

우리의 물음에 50대 정도로 보이는

발랄한 그녀가 대답한다.     

"아~ 여기 처음 찾으시는구나?

저를 따라오세요.. 호홋”     

친절하게 우리를 화장실 쪽으로 안내했다.     

목에 명찰을 걸고 있어서 안내요원이라 생각했는데 아차, 실수다!


그녀는 ‘장애인 창작 아트페어’

전시 중인 참여 작가란다.

#그림에세이 #장애극복_미긍에세이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에 의아해하는 우리에게     

본인의 불편함을 자세히 설명했다.

    

어렸을 때부터 걷기에도 힘들었다고.     

다시 보니 그녀의 왼쪽 팔이 움직이지 않는다.

미안해하는 우리에게 하는 쿨 한 그녀의 한 마디.  

   

“괜찮아요~ 정 미안하시믄

나중에 제 그림 보러 들르시던가.. 호호~”     

#그림에세이 #장애극복_미긍에세이  

   


‘작가님, 장애 아티스트‘ 대표로 강연 바랍니다..’     


그림 작품이 아닌 강연만으로

제6회 ‘장애인 창작 아트 페어’에 초대되었다.     


사실 잠시 고민은 있었다.


나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대중들 앞에서


강연하는 게 얼마나 버거운지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기에.     


그래도 해보기로 했다.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하는 거다!


#그림에세이 #장애극복_미긍에세이     



한근석 작가의 사회로 행사가 진행됐다.

무대 위에는 나를 포함 네 명의 발표자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아 앉았다.     


창립자와 서예작가, ‘발달장애’ 작가의 어머님,

그리고 장애인 작가 대표로 나다.


여러 언론에서도 촬영이 이어졌다.


좀 긴장되는데.?

      

이윽고 나의 오른편에 하얀 백발에 흰 수염이 인상적인 작가의 발표.     


그는 ‘장애인 창작 아트 페어’ 창립 초대회장인     

‘방두영’ 작가다.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의 음색과 발음이 자세히 듣지 않으면 알아듣기에 쉽지 않다.

‘청각장애’가 있다고 하는데 역시 바른 발성을 한다는 건 ‘청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구나.    

 

평소에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소중한 능력인 ‘청력.’     


내가 갖고 있는 것에 더 감사하게 된다.     


눈이 이렇게 되면서 ‘청력’은 더욱 예민해졌으니.     

하긴, 시각장애가 있는 내 앞에선     

안경도 착용하지 않는 방 작가 본인이

더 감사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보는 능력이야말로 작가들에게는 더욱 절실하니.     


방 작가는 '장애인 아트페어'를 개설하면서의 고충을 말했다.     


6년이라는 역사가 많은 이들의

어려움을 딛고 이뤄졌구나.     


'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단체들의 후원으로 이번 행사의 책자도 제작되었다.     

#그림에세이 #장애극복_미긍에세이  

        

‘시각장애인 일러스트 작가’로 소개된 나의 차례가 왔다.  사실 과거의 나는 ‘장애인 작가’로 소개되는 건 불편해하면 서도 그들을 위한 전시지원 혜택은 받아왔다.  


어찌 보면 ‘아이러니’ 한 상황이다.     


이제 나의 아픈 과거를 차분히 말해야 할 시기라는 걸 느낀다. 왜냐하면 아픔을 견뎌 올라온 나의 현재가 힘든 상황의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궁금함을 질문하는 시간이 왔다.     

앞줄에 중년 남성 관객이 집중적으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작가님은 어떻게 보이시길래     

‘시각장애’라는 거지요..?”     


뇌 손상으로 낮아진 시력이 여러 겹으로 겹쳐 보이는 '복시'라 설명하자 또 묻는다.


“여러 개로 보인다고요?

마비되는 손으로... 어떻게 그림을 그리지요..?”     


이런 상황에서 하나하나 설명을 하기에 지치지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야 한다.     

또 다른 여성의 질문이 이어졌다.


오늘이 ‘미긍 특집’이구나!  

   

“작가님, 여러 가지 활동 모습 잘 봤습니다.

실질적인 질문 하나 할게요.

그림 판매만으로 생활을 하실 수 있나요?”     


이런 물음에는 뭐라고 답해야 할까?     

솔직히 말해야 하나? 그림 판매만을 기대했다가는     

굶어 죽는다고...??!

그래도 최대한 선한 대답을 택한다.

     

“본인을 홍보하기 위해 sns를 활용하고

그게 작업으로 이어지지요.”     


그때 옆의 사회자가 말을 거든다.

"작가들의 작품이 판매되는 건

'장애인 작가'나 '비장애인 작가'나 힘듭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더 쉽지 않아요."     


하긴, 그림 판매가 잘 되는 건     

임종을 앞둔 유명 작가의 작품으로 ‘재테크’를 위함이 크다. 씁쓸하고 불편한 현실이다.          


내가 작품 판매를 기대하며 그림을 그려본 것도

꿈 많은 작가 활동 초기였다.     


당시 판매된 작품들도 대부분이

아는 지인들에 의한 것이었으니.     


어쩌다가 그림 구매 욕구가 있는 관람객들의 경우는 수작업의 가치를 전혀 모르는 ‘실내 장식품’ 정도로 본다. 그걸 알기에 그들이 그림의 금액을 묻는 것도 답하기 싫다.     


게다가 나와 그다지 관련 없는 단체에서도

나의 작품을 ‘재능기부’ 하기만을 바란다.  

   

‘미긍’은 아름다운 긍정으로 ‘재능기부’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답답한 현실이다.

#그림에세이 #장애극복_미긍에세이          


미긍 엽서와 서류파일 등을 기념품으로 준비했다.     

관람객들마다 나눠주고 사인을 했다.     

내년에 열릴 제7회 ‘장애인 아트 페어’에는     


나도 그림으로 모두에게 다가가고 싶다.     


그때는 팬들과의 만남을 계획해야지.               


행사를 마치는데 엄마가 나에게 꽃다발을 건넨다.


“어떤 여성 팬 분이 꽃다발을 전하고     

바쁜 일정에 중간에 일어나셨네. 넘 고마운 분이야!”     


기대 없이 sns에 올렸던 나의 행사 소식에     

먼 곳에서 이곳을 찾아준 유일한 팬이다!ㅜ     


향기로운 꽃다발에 마음까지 흠뻑 젖어든다.     


다음 전시에는 나도 꼭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지!

         

진행 요원으로 오해해서 우리를 안내했던 '금(김) 미란' 작가를 찾았다. 명함을 보니 그녀는 홍콩, 파리 등 해외에서 활동, 심사위원으로도 활약을 하고 있는 수채화 작가다.     


그녀의 메인 작품으로 마라톤에 도전하는     


장애인 선수를 담은 멋진 작품을 감상했다.

          

‘패럴림픽’에 도전하는 장애인 선수를 응원하는

점자잡지 ‘손끝으로 읽는 국정’ 표지에 실린 나의 그림이 떠오른다.  

   

‘이제.. 당신이 날아오를 차례!’

         


겉만 반듯해 보이는 ‘속 빈 강정’ 말고     

영양분으로 야무지게 속을 꽉 채우는     

영양 강정’ 같은 그림쟁이가 되고 싶다.  

        

이제 나이를 먹어 선가?

요즘 들어 ‘강정’이 참 맛나더라! ㅋ~     

#그림에세이 #장애극복_미긍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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