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xmas79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긍 Nov 24. 2019

#장애이해_그림에세이 다시 시작된 ‘악몽’

-이제 두 손 모두 움직일 수 없다! ㅠ

이마가 무지 가렵다.

그런데 긁을 수 없다.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다시 ‘악몽’이 시작되었다!   

       

(-두 번째 사고. 2011.10.17.)               




나의 왼팔 혈관엔

언제나 바늘이 찔려있다.

링거를 연결해 영양제를 주입시키거나

 항염 주사를 맞을 때도

 이미 바늘이 꽂힌 왼 팔을 통해

고무호스로 흘려보낸다.


 마비된 오른쪽으로는

어떤 주사도 주입시킬 수 없다.          

몸이 가려울 땐 어떻게 할까?

         

안 돼! 움직여선
 절대 안 돼!! 제... 발!”
     

침대를 들썩이며 흔들어댄다.

이제 몸을 움직일 수 없도록 침대에

몸을 고정시켜 묶어놨기에

묶인 몸을 뒤흔드는 거밖에

할 도리가 없다.   

            

뼈가 혹여나 틀어진 채 굳어질까 봐

내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가족들이 

돌아가며 보초를 선다.     

앞으로 앉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상태.

              

이마가 간지러우면

대신 긁어달라고 말을 하면 간단하다.

하지만 그 작은 속삭임도

목에 걸려 나오지 않는다.

혀도 굳어 버렸으니.     


떠올리기 조차 싫은 ‘악몽...‘

몸이 힘들어지면 과거 병원 생활을 하던

 ‘악몽’이 되살라 난다. 수개월 동안 이어졌던 그때가 마치 어제의 일처럼 생생해서 소름이 끼친다.

                                   



주혜야..!! 이제 정신이 들어?!”     

교회에서 돌아오던 김 집사의 차량사고.

나는 구급차에 실려 신림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목사의 연락을 받고 급히 찾아온 

식구들 목소리가 들린다.


 이마와 코끝을 비롯

얼굴의 피부 껍질이 벌겋게 벗겨졌다.

에어백이 터질 때의 충격으로

가벼운 화상을 입었다고 한다.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라

받게 된 충격이 훨씬 더 크다.


엄마가 나의 끔찍한 몰골에

깜짝 놀라 흐느낀다.                


이젠 왼손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에어백이 터지면서

막았던 왼손이 부러져서

깁스를 했다.


차내에서 정통으로

부딪힌 무릎에도 붕대가 감겼다.

 촬영한 엑스레이를 보며 담당의 상담이 이어진다.     

 “차에 부딪혀 양쪽 무릎 

모두 손상이 심해요!

 근데 오른쪽은 원래 불편하지요?

손상 도가 너무 심하던데...

 입원을 하셔야...”

걱정스러운 담담의 말이

 다른 병원으로 옮겨 입원하란다.

이곳 환자들이 꽉 차서 빈 병실은 없고 

일단 응급처치를 진행했다.

 윽. 병원 입원?! 정말 싫어!     

“이제 입원하고 싶지 않아.
 제발..! ㅠ”      

               

당시 사고는 ‘급발진’이 의심은 되지만

김 집사의 운전미숙으로 처리되었다.     

결국 차량은 폐차되었다고 한다.


차량의 뒷좌석에 탑승했던 할머니 집사는

 집 근처 병원으로 옮겨져 오랜 기간 

입원 치료를 받는단다.

    

하긴 그 할머니 집사가

자녀와도 연락이 끊겼고

아무 연고도 없는 ‘독거노인’이었으니

차라리 돌봐줄 수 있는

병원에서 머무는 편이 훨씬 나을지도.

               

김 집사가 선한 마음에서

신림 역까지 데려다주겠다는 거였는데

일이 이렇게 돼서 괜히 미안해진다.

도로에서의 사고였다면 

더 끔찍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까지 입원을 하면 김 집사가

모든 치료비를 물어낼 거라는

참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보험회사에서

사고처리비용을 물어낸다고 한다.

그걸 모르고 끝까지 고집을 피운 끝에

결국 집으로 퇴원했다.                     


 번째 사고의 

영상이 자꾸 떠오른       

다가올 고통에 대한 

예고였을까?          


이제 진짜 현실에서의 악몽이 시작된다.     

빈속이었지만 독한 진통제를 털어 넣으니

 기절한 듯 얼마 동안 잠을 잤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다음 날 오후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 ,, 아파!”

혼자서는 일어날 수도 없다.  

   

한참을 버둥대다가

벽에 기대어 의지한 채 겨우 일어났다.

이제 왼 손의 깁스를 잠깐 풀어

머리를 감아야지. 윽. 손목이 너무 아려온다.     

이제 왼손을 조금도 움직일 수 없다.   

  

게다가 원래 마비된 오른손은

더욱 위축되는 상태다.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수밖에. ㅠ          


“엄마! 나 머리 좀 감겨줘..!”     

내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욕실 밖에서 대기하던 엄마가 들어왔다.

 그리고 이내 샴푸를 덜어내어 바보가 되어버린

딸의 머리에 거품을 낸다.  

   

아.. 허리를 숙이고 있기에도

 온몸이 아프구나 ㅠ.     

          

“아유.. 속상해! 너 땜에 내가

속상해 못살겠어! 흐흑...”     

이제 내 모습을 보기만 해도

엄마는 습관처럼 눈물을 적신다.

 

다리엔 깁스를 한 채로

상의만 벗어 엉거주춤 몸을 숙여

 엄마 몰래 내 눈에서도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감은 머리를 수건으로 싸매고

속옷을 겨우 챙겨 입었다.

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제 의자에 앉을 수 없다는 거.


손상된 무릎을 굽힐 수 없어서

할 수 없이 다리를 곧게 편 상태에서

 방바닥에 스킨과 로션 병을 내려놓았다.     

두 손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으니

젖은 머리를 혼자 말릴 수도 없구나.      


스킨을 얼굴에 바르는데

눈물이 스킨과 섞여서 뜨거운 스킨이다.

다리를 굽히지도, 그렇다고 제대로 뻗지도 못한 채 

약기운에 스르르 잠이 든다.                              


며칠 후 엄마와 찾은 병원,     

진료 전 엑스레이를 찍어야 한다.

차디찬 쇠로 된 침대에 다리를

요리조리 방향대로 찍었다.     

이번엔 사진을 확인한 촬영기사가 

놀라서 나에게 되묻는다.     

“헉.. 이런 다리로 휠체어 없이 걸어왔나요?!”     

엑스레이 촬영을 하면서 이렇게 상태가 심한 다리로 걸어 다니는 걸 처음 본단다.      

그런 나보러 어쩌라고.      


통원치료를 받기 수월하도록

 내가 사는 아파트 옆에 위치한 병원을 택했다.

 ‘녹십초 재활병원’이다.

한방으로 침을 맞고 찜질을 하며

통원치료를 받았다.

 다리는 조금씩 호전되었지만

점점 안 좋아지는 게 있었다.


 ‘아.. 오른손이

말을 안 들어 ㅠ!’

다리 치료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오른손이 뻣뻣하게 굳어 말을 안 듣는다.


치료받은 지 세 달 정도 됐을 거다.

답답한 마음에 카운터에 있는

상담직원 김 과장에게 상담 신청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한 번도 말해 본 적 없는 그녀인데

 나도 모르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치료를 언제까지 받아야 

제대로 걸을  있죠? 이제 손이..

말을  듣고 답답해 미치겠어요! 흑흑..”


카운터 앞에서 말하다가 보니

울컥하는 마음에 창피한 것도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내가 우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김 과장이 티슈를 뽑아 건네준다.     


“점심 아직 안 먹었죠?
병원 직원식당에 밥 먹으러 갈래요?”

김 과장의 한 마디에 내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네.. 밥 먹어요..”

그렇게 직원식당에서 밥을 먹고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역시 배를 채워야..

 웃음을 되찾은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근데  과장님 이름이 뭐예요?

 오늘 정말 고마워요!”


그러자 그녀가

웃으면서 쿨하게 말한다.     


“나..? 마왕이라고 불러요.
대마왕 ㅋ~  

        




사고 후 13개월 동안

거의 매일 치료를 받던

집 근처의 재활치료병원.      


나보다 9살 많고

한 뼘이나 큰 언니를

 ‘마왕’이라 부른다.  

             

우린 그날도 병원 직원식당에서 

 밥을 든든하게 먹고 밖으로 나와 

 햇살을 듬뿍 받으며 근처 작은 카페를 찾았다.              


우울한 요즘인데 더 힘든 건

마비된 오른손이 도무지 말을 안 듣는다.  

             

의료직원은 아니지만 오늘도 마왕이

 내손을 자기 두 손으로 잡아서

싹싹 비벼 펴준다.          


“펴져라~ 야압!”  

      

-몸과 마음의 치료 (2011.10~ 2012.11)     

매거진의 이전글 #장애이해 ‘간을 봐드려요. 아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