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ed a dream

by 자정의 크리스마스

꿈의 세계에서, 우리의 가장 깊은 갈망이 현실로 나타난다. 이 슬로건 하나로 드림컴퍼니는 성대한 발대식을 치렀다. 증권가 찌라시를 통해 알음알음 입방아 오르던 이 회사의 사업은 그들의 야망에 가득 찬 슬로건처럼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사람들의 갈망을 생생하게 꿈속에 구현해 준다는 제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남몰래 조용히 소망하던 무언가를 꿈속에서 보고 느끼게 해 준다는 이 말도 안 되는 사업 소갯말에 모두가 솔깃했다. 그들의 말마따나 꿈속의 자원이 가진 무한함과 사용하는 사용자에 따라 물리적 제약 없이 새로운 현실을 다양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창조성에서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했고 무엇보다 그것을 자신만이 볼 수 있는 은밀한 꿈 속에서만 즐길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드림컴퍼니에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사람들이 구매해야 할 것은 단 한 가지였다. VD2024라는 이름의 약 한 알. 한쪽의 색은 빨갛고 다른 한쪽의 캡슐은 파란, 겉으로 보기에 평범한 새끼손톱 크기의 약이었고 건강보조식품이라는 이름 하에 등록되어 있어 사람들이 손쉽게 별다른 제약 없이 온라인으로 구매가 가능하게 했다. VD2024를 구매 가능한 드림컴퍼니 사이트에 작성된 정보라고는 앞서 말한 슬로건과 잠자기 직전에 복용을 권장한다는 것 그리고 잠자기 전 상상했던 것이 꿈속에 나타날 확률을 높여준다는 정보가 전부였다. 추가로 작성되어 있는 권고사항으로 잠자기 전 한 알의 약과 함께 복용자가 구체적인 상상을 해야 그 상상을 구현가능한 꿈을 꿀 수 있다는 문구가 페이지 말미에 작게 써져 있었다.

약을 처음 사용했을 때는 모두가 반쯤은 속는 셈 치고 사다가 몇 달 후에는 사용 후기가 늘어가며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도가 쌓여갔다. 금세 블로그와 유튜브 등에는 이른바 사용 꿀팁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새로이 등장한 것이 VD예술이었다. 잠들기 직전에 한 생각과 상상이 꿈에 구현된다는 약의 특성상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상상해야 원하는 꿈을 꿀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그래서 잠자기 전에 가볍게 읽거나 볼만한 문학작품과 그림, 영상 같은 예술품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그 시장은 하나의 장르이자 산업으로서 드림컴퍼니의 위세와 함께 커갔다. 그들이 필요한 것은 아주 짧고 간단하면서 자극적이고 현실적인 것이었기에 점차 길고, 그 의미가 내밀한 예술작품들은 돈이 되지 않아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점차 숨어들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깊이를 잃고 단순해져 갔고 또 어떤 의미에선 몽상가가 되어가고 있었다.

드림컴퍼니가 생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원하는 꿈을 꾸기 위해 점점 많은 양을 구매하여 매일매일 사용하는 중독 환자들이 늘어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A도 그중 하나였다. 낮은 눈을 감고 꿈을 꾸기 전 잠시 머무르는 새벽의 뒤척임같이 멍하고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짧은 순간처럼 느껴지게 된 지 오래였다. 그에게 이제 현실이 꿈의 짙은 그림자였다. 그는 일상을 포기한 채 약을 사기 위한 최소한의 돈을 벌기 위한 일용직을 전전하기 시작했다. 일이 끝나면 사람이 사는 것 같지 않은 엉망인 집을 휘적휘적 들어가 제대로 된 식사 대신 씹지 않고 삼킬 수 있는 유동식 따위를 단숨에 들이켜고선 약 한 알을 먹고 잠들었다. 그가 꿈의 구현을 위해 보는 것은 시중에 판매되는 짤막한 예술품이 아닌 그의 일기장이었다. 후회와 눈물로 얼룩진 그의 일기장.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반추하고 반추하며 그는 매일밤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과거로의 여행을 떠났다. 다들 약 복용 후 꿈에서 깨어나면 환희와 아쉬움에 눈을 뜬다던데 그의 이부자리는 땀과 눈물로 질척거렸다.

사회는 빠르게 무너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모두 두 눈을 꼭 감은 어둠 속에 있었다. 어느 누구도 두 눈에 눈부시게 쏟아지는 현재와 미래를 기꺼이 지탱하려 하지 않았다. 정부는 그제야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이 약을 금지시키기 위한 조사를 시작했다. 그들의 판매를 중단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VD2024의 독성과 중독성을 입증하는 방법뿐이었다. 약을 복용하는 어느 누구도 그 약의 피해자라고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습게도 짧은 몇 개월의 조사로 단번에 그들의 실체가 드러났다. 드림컴퍼니의 약에는 어떠한 효능도 없는 그저 단순한 위약이었다. 이 때문에 그들이 ‘확률을 높여준다 ‘는 모호한 표현으로 광고를 했던 것이고 이 광고 문구에 속아 사람들은 복용 후에 간혹 꿈을 꾸지 않는다고 해서 약이 가짜라고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저 다음 복용에는 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용자가 각자 더 자극적인 것들을 보거나 알 수 없는 민간요법들로 노력했을 뿐이다. 서둘러 이 사실은 정부의 입김 아래에 멀리멀리 퍼졌다. 모든 사람이 꿈에서 깨어나 이 소식을 볼 수 있을 때까지 신문과 뉴스와 온갖 매체에서 알리고 또 알렸다.

A도 이른 아침 소란스러운 소리에 깨어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가 사는 동네의 어떤 사람이 사람들을 다 깨워보겠다며 고물상 트럭을 빼앗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약은 가짜입니다. 모두 꿈에서 깨어나세요. 그의 울음 같은 절규는 평소 잘 깨어나지 못하던 A을 일으킬 만큼 무시하지 못할 것이었다. 처음은 아직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 되어 입력이 되지 않았다가 혹시 몰라 켠 핸드폰, 텔레비전, 컴퓨터에 모두 대서특필된 것을 보니 약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을지라도 알기는 쉬웠다. 아직 눅눅한 이부자리에 가만히 몸을 일으키고 앉아 생각을 했다. 그도 다시 생각해 보니 몇 번 꿈을 꾸지 않은 적도 많았지만 그는 꿈을 꿀 때까지 자고 또 잤을 뿐이었다. 아, 결국 다 꿈이었구나. 돌이킬 수 있다는 희망조차 꿈이었구나. 그는 침대 밖을 향해 몸을 돌려 먼지가 조금 쌓였는지 살짝은 뿌옇고 꺼슬한 바닥에 발을 뻗었다. 차가운 바닥에 발을 딛고 몸을 세워 일으켰을 때 그는 미약한 현기증을 느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꿈이 아닌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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