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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O Nov 01. 2020

Pizza

아주 짧은 그림소설 #10

한 달 전부터 매일 우리 집 현관문에 누군가가 피자 전단지를 붙이고 간다. 매일 아무 생각 없이 떼어냈지만 어느 날은 문 손잡이에 붙여 놓았다. 나는 왠지 모르게 화가 났다. 그날 회사에서 기분이 나쁜 일이 있었다고 화가 난 게 아니다. 문을 열려면 전단지를 꼭 떼어내야 한다. 전단지를 붙이는 사람은 그것을 계산하고 붙여놓은 것이다. 난 그의 상상력에 화가 났다. 내 차 앞에 갑자기 끼어드는 차를 본 기분이었다. 그의 상상력이 틀렸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붙여놓은 전단지를 문에 그대로 두기로 한다. 그러면 '다시는 오지 않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날 그다음 날도 현관문에 전단지를 붙이고 갔다. 그는 매우 성실한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인내심이 강하다. 모두 그대로 두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지금 우리 집 현관문에는 피자 전단지가 가득 붙어 있다. 전단지 가득 붙은 현관문은 커다란 죽은 나무 같았다. 보고 있으면 그리 기분이 좋지 않다. 

오늘은 이상한 날이다. 어째서인지 갑자기 밤 10에 미친 듯이 피자가 먹고 싶은 것이다. 먹고 싶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을 지경 있었다. 드라큘라가 사람 피 냄새를 맡은 듯이. 나는 침대에 누워 피자를 진하게 떠올리고 있었다. 아마도 매일 현관문에 붙어지는 전단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전단지 속 피자가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나는 현관문을 살짝 열어 손을 뻗어 전단지 하나를 떼어냈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다.

“맛도 좋고 영양도 많은 스마일 피자~! 룰루랄라” 전화기에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잠시 뒤 한 남성이 전화를 받았다. 

“네~ 스마일 피자입니다.”

“페페로니 피자 라지 사이즈로 가져다주세요.”

“네, 주소가 어떻게 되시죠?”

나는 주소를 말하고 충고의 말을 건넸다.

“더 이상 우리 집 앞에 전단지를 붙이지 마세요.”

“아~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배달이 밀려있어서 1시간 정도 걸립니다.” 남자는 전화를 끊었다. 내 충고의 말을 귀담아듣는 것 같지는 않았다. 화가 났지만 그보다 피자가 빨리 먹고 싶었다. 나는 눈을 감고 피자를 떠올렸다. 침이 고였다. 30분 뒤 집 밖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났다.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린다. 현관문을 열었을 때 젊은 여자가 서있었다. 팔에는 문신이 가득 있었고 껌을 씹으며 검은색 나이키 모자를 쓰고 있었다. 꽤나 짜증이 나있듯한 인상이다. 모자로 삐져나온 머리는 밝은 노란색이었다. 그녀는 내가 문을 열자 아무 말 없이 뜨거운 피자 박스를 건넨다. 나는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그녀는 발로 현관문을 고정시키고 계산을 했다. 

“더 이상 현관문에 전단지를 붙이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여기 이 전단지들이요. 더 이상 붙이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후후 훗! 제가 이겼네요. 그렇죠?” 그녀는 말했다.

“웃어요?? 이 전단지를 붙인 사람이 당신?”

“하하하. 네네. 저예요. 재미있지 않나요? 크크큭. 결국 시켜먹을 줄 알았어요. 미안한 마음에 사장님 몰래 큰 콜라를 가져왔어요. 크큭” 

“어처구니가 없군요…” 정말 내가 진 기분이 들었다.  

큰 콜라가 은근히 좋았고 피자 냄새가 내 코를 찔러 나의 뇌를 어지럽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저 빨리 피자를 먹고 싶을 뿐이다. 이러다 쓰러질 것 만 같았다. 내가 아무말이 없자 그녀는 카드를 건내고 말했다.

“맛있게 드세요.”

그리고 그녀는 사라졌다. 나는 현관문을 닫고 피자 박스를 열었다. 눈을 감고 피자 냄새를 내 몸속으로 들이켰다. 그리고 한 조각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피자를 입에 대는 순간 가을 하늘 뭉게구름 위에 있는 것처럼 나를 기분 좋게 했다. 삶의 희망 같은 걸 알려주는 듯한 정말 맛있는 피자였다. 나는 피자 한판을 식탁에 앉아 순식간에 해치웠다. 그녀가 가져다준 큰 콜라도 물론 너무 잘 먹었다. 기분 좋게 배가 불렀다. 나는 소화도 시킬 겸 슬리퍼를 신고 나가 현관문에 붙은 전단지를 하나하나 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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