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살고 싶다 #15
여행의 피로와 추위 때문에 감기에 걸려 버렸다. 아침에 눈을 뜨니 목이 찢어질 듯 아파 병원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이비인후과를 찾아갔는데 웬걸, 대기실에 사람이 꽉 차서 복도까지 이어져 있었다. 나는 놀라서 발길을 돌렸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니 왠지 서글퍼졌다. 다행히도 비교적 사람이 적은 동네 내과에서 진료를 볼 수 있었다.
겨울은 추위가 싫다. 나의 면역력을 빼앗아가고 자전거도 못 타고, 히트텍에 두꺼운 옷들도 귀찮다. 그렇지만 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누군가 물어본다면, ‘겨울’이라고 늘 대답한다. 심지어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 이름도 ‘겨울’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을까.
내가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는, 겨울이라는 계절에 좋은 추억이 많아서 인 것 같다. 눈이 펑펑 오는 날 가로등 밑에서 하늘을 올려다본 기억, 영화 <러브레터>를 이불속에서 훌쩍이며 본 기억, 고양이가 이불속으로 들어와 ‘골골골’ 잠든 기억 등. 그런 기억들이 내 머릿속에 견고하게 이어져있어서, 겨울의 단점들의 모두 덮어버리는 게 아닐까 한다. 마치 마법의 보자기처럼.
뭐, 이 글을 쓰면서도 발이 시려, 잠시 난로에 녹이고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