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 영 Sep 17. 2020

03. 하루살이의 하루-공허한 의욕

계획없는 의욕

젊은 시절.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자라고 생각하는,

나는 다이어리를 쓰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지닌 사람이었다.

 1년 동안 할 것들을 적고 한 달마다 약속들이나 계획들을 적어두고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려고 했다.

시간이 흘러 휴대폰의 캘린더 어플을 쓰면서 아날로그 맛은 없어졌지만 쉽고 간편하게 적을 수 있어 좋았다.

결혼을 하면서 다이어리는 방구석에 처박혀있게 되고 의미 있게 하루하루를 살고자 하는 생각들도 어딘가에 처박히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결혼 후 이렇게 찔끔 저렇게 찔끔 끝을 보지 못하고  끝나는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결혼과 동시에 시댁살이와 육아와 워킹맘으로서 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없어지면서 더더욱 악에 바친 의욕들이 생기게 되었다.


그렇게 그 의욕들을 잠재우기 위해 1년마다 1가지씩은 꼭 이루어 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첫째를 낳고 시작한 거라곤 손에 꼽힐 정도지만 나에게는 뿌듯한 결과물이었다.

할 수 있다는 결과물,

나에게 인생을 헛되지 않게 잘 살고 있다는 합리화의 결과물이었다.

피트니스 대회 참가, 둘째 임신, 2번의 바디 프로필, 브런치 작가 되기 등 이런 사소한 것들이 쌓여서 나의 자존감을 만들어주었고 지금까지도 내가 내 일을 하면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자신감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어서 밤마다

무얼 하고 싶은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내 상황에 대조하며 머리를 굴리고 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무엇을 할지 그 알 수 없는 공허한 의욕들로 나는 또 주춤하고 있다.


책을 꾸준히라도 읽던지...
매일 피곤해서 잠에 찌들어 쓰러지는 나를 보면서 얼마나 의지가 없는지 보게 되고!

영어를 꾸준히 하나라도 외우던지...
뛰어다니기 바빠 집 도착하면 밤이라는 이 말도 안 되는 핑곗거리로 돌리고!


할 수 있으면서도 못하게 하는 주변 상황들을 괜히 이야기하면서 나를 또 합리화시키고 있다.


합리화시키면서 나는 또 나의 자존감에 힘이 될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

이 밤에도.


작가의 이전글 02. 하루살이-인연의 소중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