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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영 Mar 11. 2024

10년 만에 다시 시작하다.

Ep.1 마음먹기까지가.


결혼 후 제일 먼저 놓아버린 건 나 자신이었다.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 없이 남을 위해 살아왔기 때문이다. 남편을 위해, 아이를 위해. 내가 아닌 사람들은 타인이다. 그 사람들을 위해 내 한 몸을 바쳤다. 그것 또한 내가 원했던 것이기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결혼을 해서 그랬던 건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어느 순간부터 나 자신보다 남을 신경을 쓰고 남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아내이기에, 엄마이기에.

나 외에 남을 위해 산다는 건 굉장히 피곤한 거지만 그걸 알지 못하고 살았다.  그러다 문득 모든 것들이 폭발하기 시작했었다.


그게 결혼 10년 차 때였다. 그때부터 나를 돌아보면서 나 중심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감정소모가 힘들다는 것도 그때서야 서서히 알게 되었고 그 감정소모를 하는 모든 요인들은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게 하기를 몇 개월.


이제 나는 건강이라는 핑계를 삼아 억지로 건강을 찾기 위해 결혼 후에 멈췄던 마라톤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결혼 전에 마라톤을 한 이유는 뛸 때 아무 잡생각이 없어지고 마라톤 대회를 나가면 마라톤 하는 사람들과 치열하게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닌 다 같이 뛰면서 서로 간의 작은 거리를 치고 나가는 맛이 있어서 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라톤을 뛰고 있는 나를 응원해 주는 길거리 사람들. 그 작은 매력들이 매료가 되어 전국 곳곳을 다니며 뛰었다.


결혼 전에도 큰 욕심이 없었다. 하프까지만 항상 나갔기에 지금 다시 10km부터 준비하기로 했다.

혹시나 마라톤을 시작했는데 마음이 약해질까 봐 바로 접수를 하였다. 나의 의지는 갈대와 같기에.


바로 10km를 뛰면 정말 좋겠지만 내가 어떤 몸 상태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무거워진 체중을 빼고 폐활량을 올리는 연습을 해야 했다.





시간이 여유롭지 않아 밖에서 뛰는 건 무리였고 헬스장에서 가볍게 3~5km를 뛰기 시작했다. 그것마저도 체중이 많이 나가고 틀어진 자세로 발목과 무릎이 아팠다. 역시 세월은 못 속인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왕 시작하는 거 큰맘 먹고 다시 열심히 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달리고 있다. 하체 근력을 키울 수 있는 운동들과 러닝머신을 이용해 차근차근 늘어나갈 것이다.




평일에는 러닝머신으로 주말에는 공원과 산으로 시작해서 다시 한번 억지로 시작해 본다.

10년 동안 남을 위해 억지로 살았다면 이제부터는 억지로 나를 위해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살아볼 것이다. 그 시작이 마라톤일 뿐, 억지로 하다 보면 다시 나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위할 수 있는 날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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