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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촌 Jul 31. 2024

#1 나에 대하여 쓰기

2023.10.21

오랜만에 참석한 사교 모임이었다.

모임이나 파티는 성향상 나와는 맞지 않은 것 같아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줄곧 피해왔었다.

하지만 왜인지 사람을 좋아하는 나는 오늘만은 다르길 바랐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모임이 시작되기 전까지 지루한 시간이 지속되었다.

혼자 자리에 앉아 멀찍이 사람들을 구경하던 나에게 한 여성분이 다가왔다.


“이름이 무엇인가요?”


직설적인 그녀의 물음에 나는 당황하지 않은 척 받아쳤다.


“TH입니다“


”이곳에는 어떤 이유로 왔나요?“


그녀는 본인소개도 없이, 나의 대답에 대한 답변도 없이, 짐짓 예의가 없을 수도 있는 질문들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하지만 진실된 태도로 나에게 퍼붓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이곳과 비슷한 경험을 좋아하나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떤 다른 것을 좋아하나요?“


나는 그녀에게 지지 않으려는 듯 취조하는 모든 질문에 대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을 했다. 나의 대답들은 짧고 간결했다. 그녀에게 이런 식의 대화는 무례를 범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싶어서도 있었지만 전혀 통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평상시 시간 여유가 생겼을 때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시나요?“


앞선 검사실에서 취조를 받을 때나 받을 법한 그녀의 질문들에 살짝 변화가 왔다.


“..음..많은 일들을 하는 것 같습니다.”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위해 조금의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지만 지금까지 그녀에게 대답한 관성에 의해 혹은 그녀에게 지지 않기 위해 두리뭉실한 대답을 했다.


“당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무엇인가요?”


“..

사랑.. 인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그녀의 질문에 당황을 했다.

첫 만남에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묻다니.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나는 그냥 , 그녀에게 지기 싫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마음속에 처음으로 떠오른, 만화에서도 나올 법한 유치한 답을 내놓았다.


“왜 그것이 중요한가요?”


“.. 저기 왜 저에게 이런 질문들을 하시는 거죠?”


나는 그녀의 질문에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한 나의 패배감을 감추기 위해 드디어 나의 불편감을 그녀에게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내가 졌다. 분하지만 유치했던 우리의 작은 전투는 그녀의 승리로 끝나버렸다.


그것을 그녀도 잘 알았다는 듯 그녀는 가벼운 웃음과 목례를 하고 아무 미련 없이 나의 곁은 떠나 버렸다.


곧 사회자에 의해 모임이 진행되었고

나는 그날 내내 그녀를 보지 못했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혹은 그녀에게 복수하기 위해 나는 그 모임을 몇 번 더 나갔지만 그녀는 없었다.

역시 이런 자리는 내게 맞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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