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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방 바이허니 Oct 18. 2021

‘따라하고픈’ 세상의 책방 구경

'책세권' 조성기 6




  

  고루고루 삶을 디자인하고 제안하는 북유럽 도서관


  북유럽은 디자인으로 유명하지요? 도서관에도 그 멋진 디자인이 적용되어 있더군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북유럽 도서관 디자인은 외관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시민들의 생활을 디자인으로 지원하고 제안하는 놀라운 기능이 있더군요.  

  핀란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도서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서관법으로 정하고 있어요. 2018년은 핀란드가 독립한 지 100주년이고요. 그 기념으로 헬싱키 중앙도서관을 짓기로 했는데, 도서관 이름을 시민공모로 결정했다는군요. 


  핀란드 오디(Oodi) 도서관

  오디(Oodi)는 핀어로 ’헌정‘이라는 뜻이라는군요. 그러니까 독립을 위해 헌신한 시민들에게 국가가 ’헌정‘한 도서관이라는 거지요. 오디도서관의 설계 디자인 공모 요강에는 “시민들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정보가 소외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평등 도모를 위해 힘쓴다”라고 명시되어 있대요. 

오디도서관 외관과 출입구

  

  헬싱키 중앙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 누구나 걸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자리 잡은 공공도서관, <오디(Oodi) 도서관>. 중앙역에서 걸어가며 바라보니 바다 위에 우람하게 배 한 척이 떠 있는 듯해서 금방 눈에 띄더군요. 통나무배 같은 외관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만들어져 웅장하지만 위압적이지 않아 다정하고 아름다웠어요. 

오디도서관 로비와 테라스 통창으로 보이는 바깥 전경


  실내를 둘러보니 놀라움과 부러움의 감탄이 계속 터져 나오더군요. 전면 통유리창과 지붕의 천창을 통해 들어온 빛이 건물 안까지 골고루 퍼지고 있어서 분위기가 아주 밝고 쾌적했어요. 

  평일이었지만 많은 시민이 도서관을 찾고 있었고, 특히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온 엄마들이 도서관 로비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얼마나 편안해 보이던지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열람실로 바로 올라갔어요. 3층은 ‘패밀리존’. 어린이 서가와 어른 서가가 나란히 놓여 있고 책 읽는 어른들 곁에서 아이들이 신발을 벗고 바닥에 앉아 놀고 있었어요. 남녀노소를 구분 짓지 않는 것이 오디도서관의 컨셉이라네요.     

3층 서가와 열람실

     

  10만 권의 장서가 진열되어 있다는데도 답답하지 않고 쾌적했어요. 천장과 바닥이 곡선형으로 불규칙하게 디자인되어있고, 서가도 나지막하게 시선을 막지 않아서 심리적 긴장을 풀어주는 듯하더군요. 전면의 통유리창 문을 열고 나가면 마치 바닷가 백사장처럼 시야가 탁! 트인 테라스가 펼쳐지더군요. 

  한 줌의 햇살도 아끼는 북유럽 시민들에게 이토록 널찍하고 편안한 햇살 놀이터라니! 겨울이라 테라스에 나갈 수 없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어요. 좋은 계절에 다시 와서 이 테라스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현지인처럼 해바라기 해보고 싶었어요.     

2층 복도를 따라 배치된 디지털 공유 공간과 공연 관람석 같은 계단, 화장실


  1층부터 쭈욱 이어진 나선형 계단을 걸어 2층으로 내려왔어요. 2층은 디지털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이더군요. 다양한 멀티미디어 시설들과 소규모 동아리방이 곳곳에 배치되어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있구요. 3D프린터기, 대형현수막 프린트기, 재봉틀 등 고가의 장비들이 복도에 비치되어 누구나 쓸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어 더 놀랍더군요. ‘시민들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정보가 소외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공공도서관법의 취지가 실현되는 것이 보이더군요.     



  노르웨이 트롬소 도서관

  노르웨이 수도에서도 한참이나 떨어진 북극 마을 트롬소.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 고성이나 전라도 진도쯤 될까요? 오로라를 보기 위해 겨울에 들렀던 그곳은 아예 해가 뜨지 않더군요. 

  하루 종일 어두컴컴한 거리를 걸으며 몸도 마음도 얼어붙을 것 같았던 트롬소에서 위안과 휴식을 주었던 곳은 트롬소 공공도서관이었어요. 도심의 어떤 건물보다 좋은 위치에 웅장하게 자리를 잡은 멋진 건물이 공공도서관이더군요.     

전면 통유리창과 지붕의 천창으로 빛을 최대한 끌어들이고 공간 어느 구석도 방치되는 곳이 없도록 디자인된 트롬소 도서관

       .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열람실로 올라간 순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어요. 전면의 돔형 통유리창을 통해 시가지와 그 너머 바다가 한눈에 펼쳐지더군요. 그 창을 향해 아름답고 편안한 안락의자가 곳곳에 놓여 있어서 앉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고요. 

  서가를 둘러보며 각자 읽고 싶은 책들을 꺼내왔어요. 그중에 오로라를 찍은 사진첩이 있었는데, 정말 황홀하더군요. 다음 날 오로라 투어가 예약되어 있어서 몹시 설레기도 했어요.     

트롬소 도서관 3층 열람실

   

  북유럽의 자연환경은 인간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아요. 땅은 척박하고 해는 너무 길거나 짧거든요. 그런데도 그들의 삶이 우아하고 풍족해 보이는 것은 ‘함께 나누기’ 때문일 거예요. 

  그중에서도 공공도서관을 통해 정보와 휴식을 골고루 나누는 사회, 앞으로도 그렇게 나눌 수 있을 거라는 신뢰. 그것이 어두컴컴한 한낮의 거리를 걸으면서도 우울에 빠지지 않는 그들의 안전망인가 봐요. 참으로 따라하고픈 도서관 정책이지요.       

                  



  도란도란 마음을 녹여주는 공간  


  구산동 도서관마을

  은 그냥 도서관이 아니에요. 서울 은평구 주민들이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을 꿈꾸며 머리를 맞대 만든 ‘도서관마을’이랍니다. 오래된 빌라와 원룸 다섯 채를 수리하고 연결해 만들었으니 발상부터 신선하고 획기적이지요? 

  이곳은 집과 집, 방과 방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건물과 건물 사이는 담장을 둘러 서가와 복도로 쓰고 있어요. 그렇다고 낡은 동네 느낌이 나는 건 전혀 아니고요. 일단 중앙현관에 들어서면 빌라와 빌라 사이 골목길이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로비가 웅장해요. 


  그리고 그 옛날 아이들이 어울려 공놀이하고 엄마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서서 잠깐씩 안부 인사를 나누던 골목길, 그 골목길이 건물 안으로 쑥 들어왔어요. 여전히 사람들이 모여 잠깐씩 소식을 나누는 걸 보면 예전 골목 역할은 살아 있는 것 같았고요. 안부를 나누다가 각자의 서가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 놀라운 도서관 구조를 보며 연신 고개만 주억거렸답니다. 

건물과 건물을 이어 만든 구산동 도서관 마을, 골목길이 복도열람실로


  원래 건물에 있던 복도와 계단들도 도서관 곳곳으로 연결되고, 오십여 개의 방들도 그대로 유지해서 여러 커뮤니티 공간으로 쓰이고 있었어요. 앗, 원래 건물에 있던 구석진 계단실은 각층 모두 만화방으로 만들었군요. 그렇지, 그렇고말고요. 만화라면 당연히 구석에 짱! 박혀서 읽어야 제맛이지요. 


  옥상엔 바람 솔솔 정자가 있고, 그 정자 옆 화분엔 커다란 알사탕만 한 연녹색 풍선들이 조롱조롱 달려있네요. 그 풍선 앞에 선 두 분이 이름을 궁금해하길래 아싸, 슬며시 끼어들었어요. 역시 오지랖 여사라고요? 예, 맞아요. 손은 벌써 열매 하나 떼서 막을 찢고 말은 졸졸 흐릅니다. 

  “모양대로 이름이 풍선초이에요. 자세히 봐요. 이게 씨인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머어머, 탄성이 터집니다. 검정색 씨에 밝은 노랑으로 선명하게 찍힌 하트 모양을 본 것이지요. 탄성 덕분일까요? 

  저도 잠시 학교에 근무하던 때로 돌아가 봅니다. 아이들에게 하트 모양 씨앗을 보여주며 풍선초 덩굴을 잘 가꾸면 사랑이 찾아올 거라며 뻥 치기도 했던 그 시절…… 낯선 서울에서도 그때처럼 풍선덩굴 하나로 금방 친해지네요. 


  한 차례 수다를 떨었던 저는 이제 밖으로 나가 건물을 빙 둘러봅니다. 그런데 도서관 건물 어디에서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은 없네요. 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이 도서관은 책 읽는 공간으로 너무나 훌륭해 보여요. 

  기존의 도서관 곳곳에 근엄하게 붙어있는 ‘정숙’ 팻말을 이곳에서는 보지 않아도 되고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도란도란’ 코너도 여기저기 많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오랜 시간 머물 수 있거든요. 

  도서관이 있는 마을, 마을에 들어선 도서관, 별다른 준비 없이 특별한 계획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들를 수 있는 책방, 어른도 아이도 긴장하지 않고 머무를 수 있는 책방! 구산동엔 이런 도서관 마을이 있어요.        



  괴산 숲속작은책방

  은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저자의 집이에요. 괴산 미루마을 전원주택단지에 귀촌한 부부가 뜻한 바 있어 개인 집을 책방으로 변신시켰어요. 가정식 책방이래요. 가정식 백반을 떠올리니 공간이 금방 이해되고 편해지더라고요.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다양한 형태의 서가가 손님을 맞이하는군요. 마당 왼쪽에 지어진 작은 정자 서가에는 해먹이 흔들거리고 오른쪽 창고 서가에는 아이들이 쿵쿵거리며 놀고 있어요.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 정면 테라스 서가에는 흔들의자가 놓여 있고요. 

  서가라면 당연히 실내에 있어야 한다는 상식을 깬 배치네요. 마당 풀꽃들과 서가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니요. 보고 있자니 마치 몸과 마음을 함께 내려놓으라고 권하는 것 같네요.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풍경 앞에 저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어요. 


  거실, 주방, 복도에도 책들이 빼곡히 꽂혀있네요. 모두 판매용입니다. 손수 써서 붙인 책갈피에서 주인장의 내공이 느껴지네요. 계단을 올라가면 다락방이에요. 

  어린 시절 많은 이들이 그랬듯, 저도 다락방에서 밤새 책 읽고 싶은 소망이 있었어요. 잊고 살았던 그 소망을, 오랜 세월이 지나, 바로 이곳에서 이루게 될 줄 어찌 알았겠어요. 소박한 침구에서 책과 함께 말이에요. 

숲속 작은책방의 테라스 서가


  반대편 방은 더 재밌어요. 그 비밀의 방은 “책아, 책아 사랑해~”를 세 번 외워야 문이 스르르 열린답니다. 주인 부부가 가산을 탕진하며 사 모은 팝업북 등이 비치되어 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신기하고 재밌어요. 

  오로지 책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마음껏 즐길 수 있답니다. 이른바 북스테이!


숲속작은책방에서 받은 저자 사인

  책방지기 백창화 님과 인사를 나누었어요. 이분이 쓴 책을 읽어서였겠지요. 오래 알고 지내온 사람처럼 이내 허물없어지더군요. 하긴, 출산과 육아를 치른 이 땅의 직업여성이라는 공통점만으로도 공감과 연대는 금방이었을 거예요. 

  “힘겨울 때가 많았어요. 배낭 속에 책 한 권 달랑 넣고 온전히 혼자서 쉬러 가고 싶을 때가 많았는데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곳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여러 이유로 제게는 문턱이 높았죠. 시간이 흐르고 여러 우여곡절 끝에 아름다운 정원과 책이 가득한 집을 누리게 되었어요. 꿈꾸던 삶의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내었다는 충만감에 마음이 벅차더군요. 그런데 우리끼리 지내다 보니 이 공간이 아까운 거예요. 누군가에겐 지금도 간절히 꿈꾸는 쉼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고요. 그래서 북스테이도 시작하게 되었어요.”


  책방지기의 말을 들으며 제 눈도 반짝거렸겠지요. 이토록 정겹고 편안한 동네 책방과 북스테이가 가까이에 있다면, 그곳을 가꾸는 주인장이 동네 언니처럼 편안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눌 수 있다면, 그래서 새로이 힘을 얻고 일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야말로 제가 꿈꾸던 일 아닌가 말이에요. 저보다 앞선 그녀의 걸음에 질투심이 일더군요. 금방 존경으로 바뀌었지만 말이에요. 


  으리으리하고 멋진 공간은 돈이 많으면 지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머무를수록 편안해지는 공간은 ‘관심’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의하시지요? 

  공간 속에서 벌어질 일들을 끊임없이 예상하고 사람들의 동선을 계속 그려보아야 해요. 그래야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편안하고 재미있게 지낼 수 있으니까요. 재미있는 공간은 재미있는 일들을 만들어낼 것이니 말이에요.     

     

                                                                                        

  

  조곤조곤 책이 말을 걸어오게 하는큐레이팅

      

  우분투북스

는 대전에 있는 동네책방이에요. 하지만 그저 그런 곳이 아니에요. ‘책의 발견성을 높여주는’ 북 큐레이션 연구소를 겸하고 있답니다. 책방 주인장은 잡지사 기자와 출판사 편집인을 거쳐 도서관재단에서 작은도서관 지원사업을 총괄 운영하던 분이에요. 그러니 책에 대한 안목이 누구보다 탄탄해요. 


  책장은 벽을 가득 채우고 책은 책장에 빼곡하게 꽂혀있어요. 어떤 책은 살짝 삐져나와 비켜 서 있는데, 주인장이 특별히 권하는 책들이에요. 그게 전부예요. 

  책장 분류나 낱낱의 책에 대해서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네요. 음식 관련 책들을 모아놓은 서가엔 채소를 그린 엽서 한 장이 놓여 있는 정도일 뿐이지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책들이 눈에 다 들어오네요. 나 여기에 있다며 책이 말을 걸어오네요. 북 큐레이팅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더군요. 동네책방은 어차피 모든 책을 갖다 놓을 수 없어요. 쏟아져 나오는 책 들 중에서 고르고 골라 책장에 ‘모셔야’ 하는 거죠. 

우분투북스 전경


  책을 고르고 고르는 일, 이른바 북 큐레이션! 다양한 큐레이팅 중에 <우분투북스>가 추구하는 정신은 ‘오가닉&슬로라이프’이에요. 농촌에서 건강하게 키운 먹거리를 도시의 소비자들과 연결해주고 싶어 책방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책방에 들어서는 순간 그 분위기가 바로 느껴졌어요. 


   서점의 중심에는 다소 높고 긴 바 테이블이 놓여 있어요. 그곳은 서가에서 꺼낸 책을 잠시 앉아서 읽을 수 있는 탁자로 쓰이는 듯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서가를 한 바퀴 들러보는 동안 주인장이 차를 우려 탁자 위에 올려 두었네요. 탁자에 앉는 순간 책과 공책이 들어와요. 

  와타나베 가즈코의 『걱정하지 마세요. 언제든 웃을 수 있습니다』, 지금 주인장이 읽고 있는 책인가 봐요. 글씨가 무척 단아했어요. 제가 관심을 보이자 읽고 있는 책에서 길어 올린 문장을 매일 한 바닥씩 적고 있다고 하네요. 하아…… 저 멋진 일, 따라 할 수 있을까요? 필사 이야기로 말문을 열어봅니다. 어느새 제 얘기까지 하게 되네요. 


  “저는 순발력은 있지만 지구력이 없어서 못 하겠어요.” 

  “문제 될 게 있어요? 순발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시면 되지요. 저는 지구력밖에 없어서 이렇게 글을 옮겨 쓰고 있을 뿐이에요.”

  그러니까 나는 나의 길을 가라는 말이지? 주인장의 말이 그렇게 들렸어요. 사실 저는 책방을 열겠다는 의지만 있었지, 아는 게 너무 없었어요. 누구에게 물어보자니 시간과 노하우을 뺏는 거 같아 미안하고 민망해서 그저 책방 구경만 다니고 있었거든요. 


  그런 제가 용기를 냈습니다. 흠흠, 목청부터 다듬었지요. 

  “사실은 저도 책방을 준비하고 있어요.”

  아, 부끄럽고 눈치가 보였는데 주인장이 반색하며 손을 내밀어주네요. 책 구매부터 책방에 비치하는 소품들까지, 무엇이든 물어보라는 거예요. 그리고 덧붙이길, 그 모든 내용을 블로그에 공개해 두었다네요. 예? 뭐라고요? 앉은자리에서 주인장의 블로그를 열어보았어요. 


  과연, 우분투 주인장다운 나눔이더라고요. 책방 이름을 다시 되새기지 않을 수 없었지요. 우분투는 “네가 있어 내가 있다”라는 아프리카의 정신이 담긴 말이예요. 나보다는 우리,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 말이에요. 

  아, 세상은 이래서 아름다운 건가 봐요. 그 아름다움의 귀퉁이를 차지하는 동네 책방이 자랑스럽고요. 북큐레이션은 물론 책방을 열고 지켜나가는 정신부터 따라 하고 싶은 ‘우분투 책방!     

  


  일본 사와야서점 페잔점

은 책으로 만난 서점이지만 배울 게 많았어요.

  “책은 기호품이 아니라 필수품입니다.”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동네책방』의 저자이자 사와야서점 페잔점 점장인 다구치 미키토 씨의 말이에요.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지역민들의 삶이 통째로 무너졌을 때, 사람들은 서점으로 몰려왔다고 해요. 

  마치 사재기를 당한 마트처럼 책장에 책이 텅텅 비었고, 사람들은 어떤 책이든 좋으니 읽을거리를 달라며 애원했다고 하네요. 책은 단순히 기호품이 아니라 삶에 없으면 안 되는 존재라는 걸 재해를 통해 알게 되었던 것이지요. 믿기지 않으신다고요? 그럴 때는 슈퍼마켓으로 가게 될 거라고요? 

  흐흐, 슈퍼마켓도 서점도 다 맞을 거 같아요. 저라도 그랬을 거 같거든요. 새로운 일을 하거나 해답이 필요할 때 관련 책부터 사는 사람들, 제 주위에도 많구요.      

  저자는, 과일이나 채소처럼, 책도 제철이 있다고 말하더군요. 책의 제철은 손님이 ‘이런 책을 읽고 싶다’라는 타이밍이죠. 서점직원은 책이 제철을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하고요. 끊임없이 시대와 사람과 소통하면서 책을 제안해야 하죠. 일단 제철 책이 정해지면 POP 광고를 통해 홍보로 들어가요. POP로 먼저 손님의 눈길을 끈 다음 책에 대한 진심을 전달하는 거예요. 

  공들여 작성한 POP는 당연히 책의 매출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겠지요. POP(Point of Purchase)가 뭐냐고요? 저도 이 책을 통해 알았어요.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는 최종지점에서의 광고를 뜻한대요. 상품의 실물대는 물론 모형· 포스터· 간판 등 소매상에 있는 광고물 전부를 말하는 거더라고요. 


   저는 대형서점이 할 수 없는, 동네책방이 가지는 역할의 재발견에 주목했답니다. 동네책방은 대개 이웃이 오니 손님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고 손님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니까요. 자, 서점직원이 나누고 싶은 가치가 있는 책을 발견했다 칩시다. 그러면 그 가치에 동의하는 손님들이 떠오르고, 지역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것도 알게 되면 집중 홍보가 가능하고 지역의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낼 수 있겠지요. 

  

  이 서점의 예를 볼까요? 직원들은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풀의 비밀』이라는 책을 읽고 그 가치를 지역민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날씨가 화창해지는 봄을 이 책의 제철로 설정하고 집중적으로 홍보하면서 ‘저자와 함께 야생초 보러 가기’ 이벤트도 열고, “자, 걸어보자!”라는 POP 광고와 함께 『걷기가 왜 좋을까』라는 책도 함께 비치하는 거죠. 

  두 권의 책은 상승작용을 하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지역에는 걷기 열풍이 불었답니다. 놀랍지 않나요? 이런 모습이야말로 책에서 시작하는 놀라운 변화인 거죠. 바로 제가 꿈꾸던 일!  

  동네책방은 지역 활성화에 참여해야 합니다. 지역의 여러 모임에 참여하고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 되는 책을 소개해야 하고요. 지역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에 서점을 빌려주고 관련 책을 제안해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어야 하지요. 




  이렇게 책방을 하겠다고 결심한 후 곳곳의 도서관과 대형서점, 동네책방 등을 둘러보았습니다. 이웃 나라 대만과 일본의 책방도 다녔고요. 책들이 행복한 곳은 사람들도 행복해 보였어요. 그 행복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았을 책방지기에 대한 존경심도 생겼고요. 처음엔 여행하는 걸음에 책방을 찾았지만, 나중엔 책방을 위해 여행을 만들기도 했어요     


  따라하고픈 동네책방에 가보면 서가의 책들이 다양한 표정으로 말을 건답니다. 책은 출판단계에서부터 독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눈길을 끌고 말을 붙여볼까 고심하며 만들어졌겠지요. 어떤 책은 다소곳하지만 조곤조곤, 어떤 책은 당당하고 직설적으로, 또 어떤 책은 강렬한 표정으로 다양하게 말을 걸어오고요. 그렇다면 그 말들이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책방지기의 역할이고 역량일 테지요.       


 서점이 변신하고 있어요. 카페와 만나기도 하고, 꽃집과 만나기도 하고, 병원과 만나기도 하고 은행과 만나기도 합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책이 들어가고 책으로 사람을 더 모으기도 하지요. 다양한 공간과 결합한 책들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삶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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