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트렌드로 본 F&B 버티컬 커머스 분석 | 이유주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환경에서의 지속적인 ‘사회적 연결'을 지속해 왔습니다. 한국에선 온라인에서의 소비 경험이 전 세대에 걸쳐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다양한 온라인 커머스 서비스가 등장하며 소비자들의 구매 선택지는 더욱 넓어졌습니다.
팬데믹은 사람들의 식문화에 가장 빠르고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사람들이 오지 않는 음식점과 외식업계는 배달 전쟁에 뛰어들며 사람들을 직접 찾기 시작했죠. 팬데믹 이전부터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던 대형 오프라인 커머스는 온라인 커머스의 역할과 영역을 확대하고 배송 서비스를 고도화합니다.
최근 통계청이 조사한 2021년 12월 한국의 온라인 쇼핑 거래액 규모를 살펴보면 배달의민족, 요기요와 같은 음식서비스는 2조 4,505억 원(13.3%)으로 가장 많은 거래액을 기록했고, 음・식료품의 거래액은 2조 2,401억 원(12.2%)으로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먹거리'를 소비하는 비중이 전체 25.5%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배달앱으로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게 특별하지 않고, 네이버 쇼핑에서 동네 시장을 방문해 장을 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온라인에서 ‘장보기’ 동향을 좀 더 들여다 볼까요? 오픈서베이의 2022년 온라인 식료품 구매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 10명 중 8.15명이 월평균 약 5회 정도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을 통한 장보기는 평범한 일상이 된 것입니다.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부터 나이를 막론하고 전 세대에서 펜데믹 이전 대비 70% 이상 온라인 구매 경험이 증가했다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았을 때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버티컬 커머스란 특정 카테고리의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으로, 온라인 버티컬 커머스의 거래액은 2021년 12월을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28%나 증가했습니다. 퍼블릭 커머스의 거래액 상승률과 비교해보았을 때, 쿠팡이나 이마트몰, 네이버 쇼핑과 같은 퍼블릭 커머스 사이에서의 버티컬 커머스의 성장은 괄목할만합니다.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하고 신선한 식재료로 두터운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마켓컬리는 최근 프리 IPO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 4조 원을 인정받았고 올해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생산자와의 직거래를 통한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꾸준한 흑자를 기록하며 기업가치 1조 100억 원의 유니콘으로 도약한 오아시스마켓도 올해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왜 소비자는 버티컬 커머스를 찾는 걸까요? 버티컬 커머스는 고객의 취향을 분석하고 사용자들의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이 좋아할 만한 상품을 큐레이션 하는 등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팬데믹을 경험한 사람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이 변했고, 필요에 의한 소비를 넘어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소비 경험을 원하는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버티컬 커머스는 급격히 성장합니다.
이 글에서는 변화한 사회인식에 영향을 받은 소비 트렌드와 함께, F&B 버티컬 커머스가 어떤 방식으로 변화에 대응하며 소비자를 사로잡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인의 쌀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었습니다. 예전이라면 그 원인으로 ‘서구화된 식습관’이 언급되었지만, 현재의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에 따른 ‘가치 있는 소비’에 대한 인식과 니즈가 커지면서 먹거리 취향도 다양해졌습니다. 건강이나 환경, 동물권에 대한 인식 변화로 대체육이나 비건 제품을 찾고, 하나를 먹어도 몸에 좋고 맛있는 것을 먹으려는 사람들과 같이 개인의 신념에 따라 식문화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마켓컬리는 이런 사람들의 식문화 트렌드를 일찌감치 파고들었습니다. 신선하고 건강한,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식재료를 선보이며 팬덤을 형성했죠. ‘품질’과 ‘신선도’ 면에서 높은 고객 만족도를 나타내며 ‘새벽 배송’과 ‘통합 장보기’라는 공통점을 가진 이마트몰과 비교해보면 마켓 컬리는 고객의 생활패턴과 취향에 맞춘 소비 경험을 제공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프로모션이나 기획전 등 행사나 상품 중심으로 카테고라이징 하고 있는 이마트몰과 비교하였을 때 마켓컬리는 메인에서는 컬리가 추천하는 상품들과 함께 후기가 많은 상품, 최근 2주간 공유가 많은 상품, 최근 한 달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상품 등 마켓컬리 고객들의 이용 행태를 기준으로 카테고라이징 하고 있습니다.
마켓컬리와 이마트몰의 카테고리를 비교해 보면 마켓컬리가 추구하는 방향을 더욱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구매하는 생필품을 고민 없이 빠르게 구매하는데 이마트몰은 최적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카테고리 표현에 실사를 이용하여 보다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고, 갤러리 형태의 카테고리 배열로 상품군을 한눈에 파악하기 쉽습니다. 그에 비해 마켓컬리는 텍스트 중심의 리스트형 카테고리를 제공합니다. 모바일 서비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이지만 상품군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고 텍스트를 읽어야 하기 때문에 탐색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마켓컬리는 단순 상품 중심의 카테고리보다는 큐레이션 타입의 ‘컬리의 추천’에 더 힘을 주었습니다. 큐레이션의 타입의 카테고라이징은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패턴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시스템의 큰 변화 없이도 서비스 영역을 유연하게 확장할 수 있습니다.
식재료를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2022년 오픈서베이 온라인 식료품 구매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식품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으로 1.제품의 신선도와 품질보장과 2.오프라인 대비 저렴한 가격, 3.원하는 만큼 소량 구매 가능 여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런 식재료 구매 기준은 소비자가 생산자와의 직거래를 통해 식재료를 구매하는 소비 경향으로 나타납니다. '가치 소비'를 다른 세대에 비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Z세대는 적극적인 식자재 직거래 소비 행태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당근 마켓, 생산자가 직접 운영하는 네이버 밴드 등과 같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활발한 식료품 직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산지직송 식자재 카테고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죠. 여기에 고도화된 유통 인프라가 뒷받침하며 소비자는 고품질의 신선한 먹거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받아보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버티컬 커머스는 이런 소비자들의 니즈에 포커스를 맞춰 제품의 신선도와 품질을 내세우며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유기농 농∙축∙수산물의 신선 배송을 제공하는 오아시스마켓은 오늘 수확한 식재료를 채소, 반찬과 같이 자주 주문하거나 인기 있는 상품을 조합한 '꾸러미'로 만들어 큐레이션 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사용자를 락인(Lock-in)하기 위해 정기 배송 형태의 구독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워, 꾸러미를 정기 배송으로 받아볼 경우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합니다.
활어회 당일 배송 커머스인 오늘회는 ‘회'라는 음식의 특성과 소비자가 회를 소비하는 패턴을 고려하여 배송 주기를 다른 커머스들과는 다르게 운영합니다. 하루 3회, 새벽이 아닌 낮/저녁/밤 배송으로 신선한 제철 회를 바로 먹을 수 있도록 배송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화면을 살펴보면, 메인 상단은 브랜드 로고 대신 배송지와 배송 일시를 설정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그 아래에는 배송 마감시간을 보여주고 있는데, 줄어드는 배송 마감 시간은 소비자의 구매 의욕을 자극합니다. 또한 ‘1인용 상품’을 별도로 운영하면서 다른 음식에 비해 부담스러운 수산물의 가격 허들을 낮추었고 소비자는 상황에 따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철 회를 맛볼 수 있습니다.
MZ세대를 중심으로한 ‘접근하기 어려운', ‘값비싼' 파인 다이닝에 대한 인식 변화도 식문화 트렌트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중 매체를 통해 다양한 미식 콘텐츠를 접하고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식문화를 간접 경험하면서 파인 다이닝에 대한 허들이 낮아졌습니다. 한 끼를 먹어도 맛있고 특별한 식사 경험을 추구하는 식문화 트렌드는 외출이나 모임 제한이 장기화하면서 집에서도 특별한 음식을 먹고 싶은 니즈로 이어졌습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딜리버리 서비스를 시작했고, 유명 셰프나 레스토랑의 프리미엄 밀키트도 등장했습니다. 이미 마켓컬리를 통해 프리미엄 밀키트의 수요는 증명되었죠.
한편으로는 팬데믹 상황에서 지역 사회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네이버 쇼핑의 '동네 시장 장보기'나 버티컬 커머스 띵굴마켓의 '전국 맛집 공동구매'와 같은 서비스를 통해 식재료뿐 아니라 가까운 지역 시장에서 판매하는 질 좋은 식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호모 나랜스(Homo-Narrans)로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소비하는 존재입니다. 디지털 세상이 되면서 더 많은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유통되고 있습니다.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는 단순한 정보 전달 수준을 뛰어넘어 재미와 공감, 소통 중심의 콘텐츠로 사람들의 지지와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쇼핑 과정에서 심리 깊숙이 내재된 인지 편향을 사용하여 정보의 규모와 복잡성에 대처하는데, 다른 사람들의 추천과 리뷰는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인지 편향 중 하나로 소비자에게 큰 설득력을 갖습니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를 보고 공동구매에 참여하고, 인스타그램에서 농장주가 올리는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레시피를 보고 DM을 통해 식재료를 주문하기도 합니다. 틱톡이나 유튜브 Shorts 같은 숏폼에서 인플루언서가 공유하는 간단한 레시피를 보면서 요리를 따라 하기도 하죠. 소셜미디어의 콘텐츠가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소비로 확장되는 콘텐츠-커뮤니티-커머스의 플라이휠은 버티컬 커머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요리 레시피 콘텐츠를 제공하는 우리의 식탁은 레시피를 제공하지만 식재료를 직접 판매하진 않습니다. 식품은 밀키트나 냉동식품 위주로 운영하고, 상차림이나 요리에 필요한 '용품'을 메인으로 합니다. 우리의 식탁은 최근 '스타일' 서비스를 오픈했는데, 소셜미디어의 콘텐츠-커뮤니티-커머스의 플라이휠을 활용하였습니다. 인스타그램을 서비스에 옮겨놓았다고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우리의 식탁을 사용하는 유저가 레시피를 활용한 상차림 사진을 본인의 피드에 공유하면서 사진에 관련 레시피와 상차림에 사용한 용품을 태그 할 수 있습니다. 피드를 탐색하는 사용자는 사진에 태그 된 상품을 따라가 바로 구매할 수도 있죠. 인테리어 버티컬 커머스인 오늘의 집에서도 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스타일' 피드는 서비스가 제공하는 커뮤니티입니다. 피드에 올라오는 사진과 내용은 실구매자가 작성한 퀄리티 높은 리뷰이고, 피드로 주고받는 댓글을 통해 같은 취향의 사용자들이 소통하며 정보를 공유합니다. 리뷰도 상품에 연관된 하나의 콘텐츠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식탁은 레시피로부터 파생되는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콘텐츠 창출을 유도하며 실사용자의 리뷰를 통한 신뢰를 확보하고, 콘텐츠 소비가 구매로 전환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었습니다.
오늘회는 콘텐츠-커뮤니티-커머스의 플라이휠에 실구매자들의 구매 데이터를 적절히 활용하였습니다. 리뷰에 소비자가 같이 주문한 메뉴를 노출하고, 소비자의 리뷰 사진을 활용한 '꿀조합 추천'이라는 섹션을 구성하여 함께 먹기 좋은 연관 상품을 큐레이션 합니다. 사용자는 실구매자들의 리뷰를 통해 어울리는 조합의 음식에 대한 고민을 줄이고 쉽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상품 상세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꿀팁영상'은 상품과 관련된 레시피 콘텐츠입니다. '꿀팁영상'은 상품과의 직접적인 연결은 없지만 레시피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사용자의 유입과 서비스 체류시간, 페이지 뷰를 증가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IT기술과 유통 인프라는 상향 평준화되었고, 소비자의 취향과 소비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한 버티컬 커머스는 퍼블릭 커머스에 못지않은 거래액과 트래픽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이커머스는 소비자가 자신에 취향을 탐색하고 소비하는 커뮤니티 플랫폼으로서 제공자 중심이 아닌 소비자가 주도하는 플랫폼으로의 역할 변화가 필요합니다. 또한 데이터 기반의 더욱더 섬세한 서비스와 콘텐츠 큐레이션으로 소비자의 소비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팬데믹 이후의 커머스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자료 :
2022 DIGITAL MEDIA & MARKETING TREND FORECASTING - 나스미디어, 2021.11.30
2022 메조미디어 트렌드 리포트 - 메조미디어, 2021.12.17
트렌드 리포트 : 쿠팡·그립·올리브영, 2022 커머스를 말하다 - 롱블랙, 2021.10.18
한국인이 많이 사용하는 쇼핑앱은? - 와이즈앱, 2021.12.21
2021년 12월 온라인쇼핑 동향 및 4/4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 및 구매 동향 - 통계청, 2022.02.03
코로나19가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4가지 소비 트렌드 - Think with Google, 2021.06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경제와 소비자들의 변화 - 크리테오, 2020.05.26
소비자의 구매 결정을 좌우하는 구매 여정의 ‘복잡한 중간 단계’ - Think with Google, 2020.09
MZ세대가 말하는 인플루언서 ‘공구'에 참여하는 이유 - 김용태, 팔리는 커머스 실행서, 2021.04.13
인플루언서 마케팅 사례 분석과 마케팅 연구 제언 - 정언용, 서비스마케팅저널 2019, vol.12, no.1, 통권 22호
구전하는 디지털 호모나랜스, 그들은 누구이며, 그들의 영향력은 - 김재휘, 한국광고총연합회 광고정보센터 매거진, 2010.09.06
내년 상장하는 SSG·컬리·오아시스, 성장 전략 ‘3사 3색’ - 조선비즈, 20201.11.02
쓱·마켓컬리·오아시스...새해 상장 앞둔 이커머스 플랫폼 - 지디넷코리아, 2022.01.18
상장 예정 새벽배송 SSG닷컴,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동향 - 와이즈앱, 2021.11.17
온라인 식료품 구매 트렌드 리포트 2022 - 오픈서베이, 2022.02.07
트렌드 리포트 : 컬리·프레시지·GFFG, 2022 F&B를 말하다 - 롱블랙, 202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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