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얼마짜리 인가?

by 친절한기훈씨

요즘 나는 자주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나는 과연 얼마짜리 사람일까?’ 내가 받는 연봉을 시간으로 환산해보니 대략 3만 원 정도였다. 단순한 계산일 뿐이지만, 그 순간 마음이 멈췄다. ‘나는 한 시간에 3만 원짜리 사람인가?’ 그 질문이 머릿속에서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이 금액이 내 삶의 가치 전부일까? 이 숫자에 나의 하루와 인생을 걸고 있는 게 맞는 걸까?


물론 현실은 현실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정적인 수입은 삶의 안정성과 직결된다. 특히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월급을 받으면서 배우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나 역시 그렇게 시작했다. 나는 7년 가까이 엔지니어로 일했고, 이후에는 영업과 관리직으로 옮겨 제조업과 현장의 흐름을 온몸으로 익혔다.


회사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금은 어떻게 순환되고, 매출은 어디서 발생하며, 현장을 어떻게 움직이고, 신제품은 어떤 과정으로 탄생하고, 생산과 품질은 어떤 기준으로 운영되는지까지 이 모든 과정을 경험으로 몸에 새겼다. 이제는 그 흐름이 하나의 입체적인 그림처럼 머릿속에 그려진다. 언젠가 나만의 일을 하게 되었을 때, 이 경험들은 분명히 큰 자산이 될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회사는 기본기를 다지기에 좋은 곳이지만, 그 시기는 대리에서 과장 정도까지가 아닐까? 그 이후부터는 능력보다 줄을 잘 서는 사람이 유리해지는 곳, 실력보다 공감 능력과 정치력이 더 요구되는 곳이 바로 조직의 현실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그리고 문득 이런 의문이 생겼다. ‘내 인생을, 보이지 않는 회사의 사정에 맞춰 흔들리며 살아도 되는 걸까?’ 미래를 준비하지 않은 채 회사에만 기대는 것은 어쩌면 가장 큰 도박일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쓰기는 내게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나 자신을 돌아보는 가장 깊은 도구이자, 앞으로의 삶을 설계하는 설계도다. 내가 걸어온 길,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방향을 글을 쓰며 정리하게 된다. 우리는 종종 미래를 이야기한다. 퇴직 후 프랜차이즈를 시작하겠다는 계획, 1~2억을 들여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막연한 꿈들. 하지만 경험상, 그렇게 시작한 창업은 더 위험하다.


그보다는 내가 어떤 분야에 익숙한지, 어떤 경험을 축적했는지, 내가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 걸 좋아하는지 그걸 먼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글쓰기’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가 아니라,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다. 예를 들어, 내가 서브웨이 매장을 열고 싶다고 하자. 단순히 브랜드 이름만 떠올릴 게 아니라 그 꿈을 실현 가능한 계획으로 바꿔야 한다. 나는 2027년 5월까지 자본금 2억을 모으고, 부족한 1억은 대출로 준비해 지축 지역의 유동 인구 많은 곳에 서브웨이 매장을 오픈하겠다 라고 이렇게 구체화된 계획이 진짜 '실행'이 된다.


“부자가 되고 싶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말만 되뇌는 건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목표엔 반드시 ‘나’라는 주체와 함께 시기, 장소, 자금까지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목표가 내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한다. 명확한 목표는 연료를 가득 채운 로켓처럼 나를 밀어올리는 힘이 된다.


그래서 나는 다시 생각하게 된다. 회사에서 정해준 연봉이 정말 나의 전부일까? 회사 밖에서는 내가 쌓은 경험, 내가 만든 기록, 내가 실현 가능한 계획이 진짜 나의 가치가 될 수 있다. 3만 원이 아니라 30만 원, 아니 그 이상일 수도 있다.


그건 '더 많이 일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더 빠르게, 더 나답게, 더 가볍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존재한다.


결국 중요한 건 ‘나는 얼마짜리인가?’가 아니라 ‘나는 내 가치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확장해갈 것인가’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독수리와 오리의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