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아파트 단지 여기저기 정자가 있다. 요즘 누가 정자에서 시간 보내겠냐 싶지만, 시장에서 장 보고 오는 할머니들이 잠깐 쉬다 가시기도 하고 개산책하다가 잠시 머물기도 한다.
날이 따스해지면서 나도 거의 매일 양갱이와 함께 정자에 나와 두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자 위에 하얀 속싸개를 펼쳐놓고 양갱이를 뉘었다. 터미타임도 하고 뒤집기도 연습시키곤 했다. 요즘엔 네발 기기 연습하고 있다.
오며 가며 정말 많은 분들이 양갱이에게 말을 걸고 덕담을 해주신다. 그저께는 지나가던 호호백발 할머니가 빳빳한 천 원짜리 지폐 한 장 쥐여주고 가셨다.
정자에서 시간 보내는 육아는 이점이 참 많다.
우선 육아가 수월해졌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몇 마디 하다 보면 시간도 잘 가고 심심하지 않다. 집 안에 있으면 눈에 집안일이 밟혀 쉬기 어려운데, 밖에 나와 버리니 몸이 편하다.
양갱이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따스한 햇살과 바람, 지저귀는 새소리로 자연을 느낀다. 지나가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들으니 엄마 혼자 원맨쇼로 조잘대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언어에 노출된다. 하루에도 10명 내외 어르신들에게 귀여움을 받으니 낯가림이 생기지 않는다.
지나가는 분들도 행복해하신다.
목석같이 무뚝뚝한 얼굴이었던 분들도 양갱이를 보면 전혀 다른 사람인 듯이 환하고 밝게 웃는다. 옛날 자식 키우던 얘기, 할머니들만의 육아팁 등을 전수하시면서 과거 추억을 회상하신다. 요즘 애기가 귀하다며 한참을 구경하거나 미소를 머금은 채 지나간다.
이제 한여름이다.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되면 나랑 양갱이는 이제 어딜 가야 할까. 어디서 정자 육아처럼 양갱이를 이뻐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