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장염

2025.7.22 (7m 0d)

by 슈앙

오늘은 양갱이가 만 7개월 되는 날.

원래는 매달 해오던 기념 촬영해야 하는데 완전히 잊고 있었다. 침에 일어나면서 뿌지직거리더니 먹다가 싸고, 엎드려서 싸고, 앉아서 싸고, 놀다가 싸고 하루 종일 양갱이 똥꼬 뒤치다꺼리 하다 보니 말이다.


지난주 토요일부터 하루 똥 8번 싸기 시작해서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요일 오전에 병원에 갔다. 장염이란다. 평소 원체 대변이 무른 편이라 설사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의사 말이 기저귀에서 톡 떨어지지 않으면 설사라고 보는 게 맞단다. 배에서도 꼬로록 소리가 난다며 장염으로 진단받았다. 지사제와 유산균을 처방받아 어제부터 하루 3번 분유에 타 먹이고 있다.


이 시기 아기의 장염 원인은 보통 손에서 찾는단다. 의사의 말을 요약하자면,


엄마에게 받은 면역력은 6개월이면 끝나고 입으로 뭐든 가져가면서 이때쯤 장염 걸릴 수 있다

의사도 딸이 있는데 7개월 즈음에 설사를 어마어마하게 해서 소아과 전문의라는 신분이 무색하게 엄청 놀랐다

장염은 일주일 정도 지속할 수 있다

원인이 손일 확률이 훨씬 높으니 먹을 것에서 찾을 필요 없다

장염이라고 이유식 끊지 말고 그대로 먹여야 한다

장염은 감기처럼 알아서 낫는 병이다

애기한테 손을 깨끗이 유지하라던가 입에 넣지 말라고 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다는 의사의 마지막 말은 흘려듣고 또 생각이 많아진다.


손이라고?


정자에서 놀아서 그런가.

고양이 털 때문인가.

똥 닦은 손으로 씻겨서 그런가.

이유식 식힐 때 후~ 불어서 그런가.

내 오래된 요리책 물고 빨더니 그것 때문인가.

증상이 나타나기 전날 잇몸에 피났는데 관련 있나.

장염 잠복기는 몇 일이지?


어제 오후부터 먹인 지사제는 오늘 오전까지 전혀 효과가 없었다. 심지어 똥꼬가 빠알갛게 헐어 씻길 때뿐 아니라 쌀 때도 따가워 운다. 하루 종일 기저귀 갈 때마다 판텐을 두텁게 발랐더니 홍조도 가라앉고 따가워하지 않는다.


증상이 시작된지 나흘 째인 화요일 저녁. 드디어 3시간 가까이 똥을 싸지 않은 상태에서 잠이 들었다. 이렇게 7개월 기념 장염은 요로감염 재발 없이 무사히 잘 지나가길.


비록 나는 하루에 수십번 일어났다 앉았다 해서인지 무릎이 쑤시고 남편은 똥 싼 양갱이 들고 씻기느라 손목이 저리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장염때문인지 수면 패턴이 망가져버렸다. 항상 잘 자던 시간인데 딴 짓하거나 울면서 안 잔다. 양갱이 재우러 들어간 남편만 잘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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