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8.18, 손뼉
남편은 1년 제사만 6번인 종손에 누님이 2분이다. 결혼 전 지인에게 이 사실을 얘기하면 대부분 걱정스러운 눈길이었다. 몇몇은 '이 결혼 반댈세'를 외치기도 했다. 손님 초대하는 것을 좋아해 제사에 대해선 별생각 없었던 나도 누님 2분은 걱정이긴 했다. 시누이와 잘 지내는 모습을 본 적 없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희한하게 어느 집이건 삼촌이나 이모보다 고모들이 갈등의 중심에 있다.
두 분을 만나기 전까진 남편이 아무리 좋게 말해도 그대로 들릴 리가 없다. 하지만 시댁에 처음 간 날 어쩌면 좋은 분들이겠다는 생각을 했고, 가끔 만나면서 정이 들고, 양갱이가 태어나면서 존재감이 커지더니, 지난 2주 동안 나의 의지처가 되어 버렸다.
큰 형님은 우리 집 바로 옆 동에 살고 있다. 바로 옆에 살아도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며 서로의 바운더리를 지켰다. 이것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라 생각했고 서로 존중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양갱이가 태어나면서 무너졌다. 내가 힘들어하거나 하루 종일 독박육아하는 날이면 남편은 큰 형님에게 헬프 요청한다. 큰 형님은 항상 흔쾌히 와주신다. 양갱이에게 다양한 이야기와 노래를 반복적으로 끊김 없이 제공한다. 역시 미술학원선생님은 다르다. 뿐만 아니라 좋은 카페 데리고 가서 커피도 사주시고 맛있는 반찬도 해주시니 올케까지 챙긴다.
작은 형님은 지난 2주간 큰 형님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그동안 두 형님에게서 받은 혜택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1. 남편과의 반나절 데이트
2. 친구와의 첫 외박
3. 육아 상담
4. 남편 뒷담화
5. 심지어 애플 워치까지..
무엇보다 두 분은 양갱이를 너무너무 좋아한다. 좋아한다? 부족하다. 사랑이다. 두 분은 양갱이를 너무너무 사랑한다. 형님들이 있으면 양갱이는 바닥에 누울 새가 없다. 음악 종류별로 들려주며 춤을 춰보면서 클래식보단 재즈와 왈츠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아내셨다. 장장 3시간 동안 양갱이 앞에서 박수를 쳐 기어코 양갱이가 손뼉 칠 수 있게 만들었다. 양갱이 잠결이 날아갈까 가까이 가지 못하고 방문에 기대어 자장가를 불러주신다. 모든 진심을 다해 양갱이를 보살펴 주면서도 양갱이를 맡기고 나가는 내게 되려 고맙다고 말씀하신다.
남편에겐 누이, 양갱이에겐 고모, 내겐 시누이.
누이와 고모의 정겨움이 시누이라는 단어에는 없다. 편견과 고정관념, 그리고 우리 엄마들이 겪은 경험으로 만들어진 시누이의 이미지가 있다. 나는 다행스럽게도 그들의 경험과 다르니 참 감사한 노릇이다.
더 살아봐야 안다고?
하긴, 세상살이 모를 일.
제목과 달리 지나친 훈훈함에 실망한 이들이여~ 좀 더 살아보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