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누가 살면서 자신이 이혼을 할 거란 걸 예상이나 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 때 나의 장래희망은 현모양처였다.
살아오면서 내 주변의 친구들은 내가 참 다정한 아내가 될 거라고 얘기하곤 했다.
애교 많고 사랑스러운 아내라서 남편과 오손도손 행복하게 잘 살 거라는 얘기들을 들으며 나 역시 내가 해피앤딩의 주인공이 될 거라 생각했다.
20대 후반의 빨랐던 결혼은 그렇게 2년 만에 새드앤딩을 맞았다.
아이도 없고 나눌 재산도 없었다.
나는 도망치듯 둘이 함께 살던 그 집을 내 옷만 챙겨 나와버렸다.
3년 넘게 연애하며 그냥 그 사람이 좋았다.
가진 돈은 없었지만 듬직하고 나를 위해 교회를 같이 다녀주고 가족들에게 잘하는 서글서글한 모습이 좋아서 그 사람이 내게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눈치채지 못했다.
결혼 후 다툴 때면 그는 자신의 학벌이 낮다고 무시하냐며 언성을 높였고 아버지가 없어서 무시하냐며 화를 내곤 했다.
함께 다니던 교회도 숨이 막힌다며 어느 순간 등을 돌렸다.
그 사람의 아버지 제사 때가 되면 그의 엄마도 여동생도 없이 나 혼자 음식을 하며 나 역시 마음에 분노가 일어났다.
무엇보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것저것 배우겠다며 그가 일을 쉬면서 나는 집안의 가장이 되었고 점점 지쳐갔다.
28살의 나는 돈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며 원룸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했지만 30살이 되어가는 내내 돈이란 게 결혼 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철이 없던 이십 대의 나는 그렇게 어른이 되며 현실이 가득한 결혼 생활에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의 핸드폰에 다른 여자의 흔적까지 발견하는 날이 찾아왔고 나는 이 결혼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혼이란 걸 하면 세상에 죄인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거라고 생각했다.
평생 주홍글씨를 가슴에 달고 살아야 하는 것.
이혼은 내게 그런 것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이혼녀의 가족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거란 생각을 하니 그냥 참으며 지내기를 선택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나는 병들어가고 있었다.
스트레스로 인해 나는 결핵이란 병까지 걸렸고 마음도 몸도 너무 아파하고 있었다.
이혼.... 해도 될까?
나는 이 주홍글씨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내 나이 서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