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혼 전쟁은 결국 나의 승리로 끝났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된 명예도 훈장도 없는 참 고약한 승리였다.
이혼 접수까지 마친 상태였고 한 달의 숙려 기간도 지나갔다.
결혼을 준비하는 기간만큼이나 결혼을 끝내는 것도 참 길고 긴 시간이란 걸 알았다.
아이가 없다는 것이 재산이 없다는 것이 이혼에서는 가장 깔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법원 앞에서 만난 그는 부쩍 수척해진 나를 보고 예뻐졌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예전에는 그저 위트 있게만 느껴졌던 그 모습이 나는 못 견디게 싫었다.
한 때 뜨거웠던 나의 사랑은 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
웃음도 없이 대꾸도 없이 그렇게 대기실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시간은 내게 참 길게만 느껴졌다.
대기실 안의 많은 사람들이 우리처럼 이혼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 노부부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울고불고 소리 지르는 여자의 사연은 무얼까, 저 어린 부부는 우리와 같은 사연일까,
나는 같은 입장에 있는 그들 가운데서도 왠지 죄인이 된 것 마냥 땅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여기에 왜 앉아 있는 걸까? 무엇이 어떻게 어디서부터 잘 못 되었고 나는 잘 바로 잡고 있는 걸까?
호명에 들어간 작은 방에는 판사님이 계셨고 본인 확인 후 이혼에 합의하냐는 질문에
둘 다 “네. “라는 대답을 하니 끝.
1분도 안 걸리는 시간에 그렇게 2년이 채 안 되는 결혼 생활과 세 달여의 이혼 전쟁이 끝이 났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었던 이혼을 확정하고 법원을 나오는 내 손에는 서류 한 장이 들려있었다.
구청에 서류를 제출하고 나니 서른 살의 나는 이제 이혼녀가 돼있었다.
같이 식사라도 하자는 그를 무시하고 반차를 내고 나온 회사로 향했다.
벌써 남자라도 생긴 거냐는 그의 말을 뒤로하고
자기가 허락해서 이혼한 거라는 그의 외침을 뒤로한 채 나는 법원 앞 건널목을 뛰듯이 건넜다.
나에게는 손톱만큼의 미안함도 남아있지 않았으므로 아무 망설임도 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에게 그리고 나의 2년여의 결혼 생활에 안녕을 고했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길고 고통스러웠던 그날의 반차도,
겪을 줄 몰랐던 이혼이라는 주홍글씨도 모두 괜찮아질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많은 걸 치유해 줄 테니.
그렇게 서른 살의 나는 이혼이란 끝이 아닌 시작을 향해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