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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다시는 내 인생에 남자는 없다고 생각했다.

by 스파티필름



그 처절했던 시간들을 보내고 내가 결심한 건 내 인생에 다시는 결혼은 없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와 내 시간을 나누고 싶지 않았고 퇴근 후의 시간들을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즐길 수 있어 행복했다.

어차피 내게는 주홍글씨가 남겨져 있었고 누군가와 시작할 때마다 나의 치부를 드러낼 자신도 없었다.

나는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과의 시간을 즐겼고 하고 싶었던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

다시는 내 인생에 남자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일 년이 채 안 되는 시간이 흐르고 있을 때쯤 나는 혼자가 좋다가도 누군가가 사무치게 그리워졌다.

선천적으로 사랑받고 사랑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그리고 그즈음 열심히 참여하고 있던 그림동호회의 새로 들어온 신입분이 내게 호감이 있다는 걸 느꼈다.


큰 키에 지적여보이는 인상이 예전 사람과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그림동호회는 일주일에 한 번 그림을 그리기 위해 모임장의 공방에 모였는데

그림을 그리는 두 시간여의 시간 중에 종종 고개를 들면 늘 그와 눈이 마주쳤다.

스무 살의 순진무구한 어린 여자아이가 아니었던 나는 날 쫓는 그 눈이, 그 눈빛이 어떤 걸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어느 날 퇴근 후 집에서 쉬고 있는데 메시지가 왔다.


‘안녕하세요. 그림모임의 ooo입니다. 누군지 아실까요?’


나는 단박에 그 사람임을 알아챘다.


‘네, 안녕하세요. 누군지 알고 있어요^^’

‘친해지고 싶어서 메시지 보냈어요. 혹시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보통 때였으면 그저 무시했을 메시지가 어쩐 일인지 내 마음속에 묘한 회오리를 일으켰다.

무슨 일이든 타이밍이라고 했던가. 그때의 나는 혼자의 삶을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만큼 깊이를 알 수 없는 외로움에 잠식되고는 했다. 그리고 일 년 여의 시간이 흐르며 나는 내 주홍글씨에 대해 무뎌져 있었던 것이었다.


‘괜찮아요. 불편하지 않아요.’


그렇게 이혼 후 일 년 여 만에 처음 이성과의 관계가 시작되었다.

함께가 힘들어 이혼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이 좋았던 나는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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