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건 두 사람의 공간이 무너지는 것이다. 그 사람과 있으면 캄캄한 동굴도 지붕이 없는 평야도 거리낌 없이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마음은 종이처럼 구겨지고 젖어 있으며 쉬운 바람에도 금세 찢어진다. 그 마음을 잘 펴서 주름진 곳마다 예쁜 이유를 적어주는 사람이 있었다. 대신 문을 열어주고 눈부실까 커튼을 쳐주는 그런 사람. 사진도 그림도 추억을 화초처럼 잘 키우는 사람. 그 사람은 모든 흔적을 온 집 구석구석 남겨두고 떠나갔다. 가스 밸브를 나가기 전에 잠그라며 현관 문고리 위에 메모도.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고 불을 끄는 걸 깜빡하던 나를 위해 베란다 불 전원 위에 ‘불 끄기!’라는 메모도 모두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림을 잘 그리는 그 사람의 그림을 볼 때마다 더 눈시울이 붉어진다. 사진을 바라볼 때보다 우리를 그렸던, 나를 그려주었던 그 사람의 선들이 아직 사랑하고 있다고 춤추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집은 여태껏 나의 온전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의 것이었다. 우리의 집은 내 집이 되었고 잃어버린 흔적만 남은 그곳에서 나는 혼자 여러 차례 울고 있다. 웃음이 사라진 집은 사색만 남았다. 사랑을 말했던 아픈 기억이 나를 살게 만들고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