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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운 Sep 27. 2022

네가 사랑한 것들을 기억할게

미처 출구를 닫지 못한 이별에 자꾸만 미어지는 기억을 왔다 갔다 하고 있다. 나는 가끔 사랑을 멈추고 있었다. 작은 적막은 그냥 두면 무서운 속도로 커진다. 우주에 빗대면 우주만큼이고 달에 빗대면 달 정도로 커진다. 가만히 둘 수 없어 노래를 틀거나 아무 말이나 중얼거린다. 사랑도 똑같았다. 그렇게 작았던 소리는 나의 삶의 가장 큰 부분이 되었고 데일만큼 뜨거웠고 아무런 소리가 없이도 마음 한쪽에 퍼지며 온 마음을 쓰리게 만들었다. 그 사람과 같이 들었던 노래를 모두 기억한다. 우연히 알고리즘으로 흘러나오면 가사와 멜로디 한 올 한 올이 모두 나를 가르치고 있다. 여기서 나는 슬픔과 과거 그리고 이별에 대해 더 배운다. ‘알레프’의 노래 중에 ‘네가 사랑한 것들을 기억할게’라는 노래가 있다. 원래 모르던 노래고 그 사람 덕분에 알게 된 노래다. 같이 종종 들으며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귀여운 호들갑을 떨며 이 노래의 원래 가사를 알았냐며 후렴 부분의 가사가 ‘사랑해’가 아니라 ‘살아내’라며 알고 들으니 그렇게 들려서 가사가 너무 좋다고. 가사에 더 젖을 수 있는 사람. 더 많이 살아갈 당신이 낯설지 않게 이 노래의 가사처럼 나는 당신을 기억하며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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