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생 이후 출생자에게는 판매할 수 없습니다."
너무더운 나머지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샀습니다.
매대에서 음료수들을 쭉 늘어놓고 카드를 주섬주섬 찾으니,
포스가 저런 멘트를 읊더라구요.
이야... 그렇다는건 2006년 1월 1일 이전 출생자들은 술과 담배를 살 수 있는 뜻이지요.
시간이 참 빠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하고,
휴학을 하고,
수업을 듣고,
휴학을 하고,
시간이 흐르는 속도는 눈덩이처럼 빠르게 불어나갑니다.
언제 여기까지 오게 되었나 싶기도 합니다.
제가 처음 술과 담배를 살 수 있게 된 것은 고등학교때 일입니다.
여러가지 사연으로 학교를 몇년 꿇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주변 친구들도 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부러워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참 별게 다 부러운 시절입니다.
돈 내고 몸을 망칠 수 있는게 부럽다니.
대놓고 요구하는 어린노무자식들도 있었습니다.
돈 줄테니 좀 사오라는 식이었죠.
물론 사줄 마음도 없었고, 사준 적도 없었지만요.
시간이 참 많이 흘렀습니다.
그때의 저는 똑같았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었다면 슬픔을 숨기고 살았습니다.
정확하게는, 슬프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저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대충 낙인을 찍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매일 같이 슬픔이 차올랐고, 삶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그렇기에 나댔습니다.
마음속은 언제나 습기 찬 방처럼 눅눅했고,
그 불쾌한 공기를 어떻게든 바깥으로 내보내려 마구 나대고 살았습니다.
그런데도 7년을 살아냈습니다.
살아냈다기보단 정신 차리니까 7년이 지나있네요.
편의점 포스가 뱉어낸 법적 문구는 제가 잘 이겨냈음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며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약이구나.'
그때 저는 위태로웠습니다.
바람 앞에 작은 촛불 같았습니다.
그때 저는 두려웠습니다.
줄 없는 번지점프를 준비 중이었습니다.
지금의 제가 밝고 희망찬 인간은 아니지만,
적어도 고딩 때의 고민들은 모두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또 새로운 고민과 새로운 슬픔으로 꾸역꾸역 삶을 삼키고 있지만,
과거의 저를 괴롭히던 고민들은 시간을 달리다 모두 벗어던졌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슬픔도 열심히 시간 위에서 발을 구르다 보면 벗어던질 수 있겠지요.
끌 수 없고, 내릴 수 없는 트레드밀 위에서 모든 고민은 땀방울에 씻겨 나가겠지요.
모두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이 지옥 같은 세상을 살아갑시다.
설사 다른 지옥이 기다리고 있더라도,
열심히 달려 지금의 지옥을 벗어납시다.
연결된 지옥의 끝은 분명히 있습니다.
엘레베이터 안에서 글을 썼더니 그만 내려야 할 층을 놓쳤습니다.
이만 내리도록 하고, 저는 시간의 저편으로 사라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