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키보드 간지럽히기

by 박홍시

아름다운 글을 쓰기란 참 어렵습니다.

부족한 어휘력과 지리멸렬한 문장구성은 갈 길이 멀었음을 시사합니다.

멋진 글을 써보려다 괜히 조잡하고 허영심만 가득한 글이 되어버립니다.

온갖 있어보이는 척과 어려운 어휘만 억지로 늘어놓는 그런 글 말입니다.


그렇다고 괜히 문장에 칼을 대다보면 살이 아닌 뼈까지 잘라버립니다.

문장과 문단 간의 연결은 부서지고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은 맥락이 계속 이어지죠.


다독다작은 당연히 깔고 가야하는 것이지만,

그것의 대전제는 언제나 시간입니다.

시간을 멈춰놓고 글쓰기를 연습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시간을 멈춰놓고 책을 계속 읽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럴 수가 없기 때문에 냄새나는 저의 글을 계속 써야만 합니다.

위대한 글들을 읽어나가야 합니다.


처음 브런치에 에세이를 올릴때는 신이 나서 글이 마구 쏟아져 나왔습니다.

주제도 생활 전반에 걸쳐 마구 늘어져 있었고,

수필을 쓴다는 경험 자체가 재밌어서 하루에도 서너개는 너끈히 썼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숨이 턱 막힙니다.

목 끝까지 물이 차오른것처럼 답답합니다.


키보드에 손은 얹어보지만 무언가 나오지가 않습니다.

제가 만들어내는 문장은 모두 구린내가 풀풀 풍기는 것 같습니다.

주제도 더 이상 떠오르지가 않아요.

예전엔 할말이 너무 많아서 문제였는데 완전히 반대가 되었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실력이 늘지 않는 구간이 분명히 오는 것 같습니다.

올라가고 싶은 곳의 계단이 갑자기 너무 가팔라집니다.

원래는 빼곡히 저지레를 해놓았던 주제 노트가 비어가고

텅 빈 브런치에디터를 마주하노라면 생각이 복잡해 집니다.


이 벽을 돌파하는 방법은 끊임없이 글을 써야한다는 것,

어떤 생각이 들던 거침없이 글을 쓰는 것,

그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오늘처럼 글이 막히는 날엔 이 답답함을 풀어낼 구석을 찾게됩니다.

그런데 뭐 별 수 있겠습니까,

글쟁이라면 글로 풀어야지요.

여러분께 답답한 마음을 한 글자 한 글자 남기며 공유해봅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창밖을 한참 바라보다가, 다시 키보드 앞에 앉습니다.

어쩌면 글은 그렇게 쓰는 건지도 모릅니다.

완벽한 문장을 찾아 헤매기보다, 지금의 나를 솔직히 꺼내놓는 것.


비록 이 글이 내 마음처럼 정갈하진 않아도,

이 조잡한 마음이,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이렇게라도 한 걸음 나아갔으니,

내일은 또 어떤 문장을 만날 수 있을지 조금은 기대해봐도 되겠지요.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4화제때 도착하지 못한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