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원이 Sep 13. 2023

창작에 고통받는 강아지와 글신 들린 고양이

산문

놀이글 스타일을 적용한
(포토 에세이, 혹은) 만화적 산문입니다.
우연히 입수한 인터넷 자료로 즉석에서 즉흥 창작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덧붙여 몇몇 이미지를 기계적으로, 반복적으로 활용하면서 발생하는 놀이성도 고려했습니다.
사진은 제 것이 아닙니다. 저작권자께서 이의 제기하시면 바로 내리겠습니다. 
발표용은 아니고, 예시용입니다. (→소개글 더보기)





글을 써야 할 때 

창작의 고통이 크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매한 영감이 딱 오셔야 글이 빡 써진다고 뭐 조금은 선택받은 재능처럼 말하기도 하지만, 사실 글 쓰는 건 고된 노동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눈밑에 기미가 끼일 만큼 고민을 하다 보면 머리는 멍해지고,





A4 용지를 모니터로 바라보는데 마우스 위로 손가락이 올려져 있기 마련입니다.  이때 클릭하는 검지가 바로 고양이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글쓰기가 시작되는 신호인 것입니다. 이때부터 글신 들리는 것이죠. 손가락이 고양이처럼 마우스를 노려보는데, 그 순간 우리의 영혼에 달린 두 눈이 하얀 A4용지 눈벌판을 노려보기 마련입니다. 





손가락이 고양이로 보이기 시작할 때, 오래 전부터 글자의 신, 잉크의 신으로 불리던 이제는 활자의 신이 된 다시마인이 다가와서는 우리의 엉덩이를 걷어찰 수도 있습니다. 영감 찾지 말고, 변명 없이 엉덩이 딱 붙이고 글을 쓰라는 가혹한 질책이었죠. 그러면 우리는 해도 너무하다는 반응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래도 확실한 추동 요인이 생기는 것이었죠.

다만, 글신이 들린다고 바로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글을 쓰려는 순간 갑자기 허기가 질 수도 있죠.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이 자식, 글신 들리라니까, 걸신 들렸나? 글을 써! 리듬 끊기니, 밥은 나중에 먹고! 엉덩이 딱 붙이고 글 쓰란 말이야!"


밥은 먹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방금 전까지 배고픈 느낌이 없다가도, 딱 뭔가를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배가 고프기 시작합니다. 평소에 딱히 트위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하지 않다가도, 일이 많아지면 괜히 트위터를 기웃거리는 심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건 사실 종이의 신이 우리를 막는 저항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그러니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쨌든 종이의 신도 당신의 행보를 막을 순 없습니다. 글신 들린 고양이(손가락)의 발자국이 마우스를 압박할 것이고, 키보드를 눌러대겠죠. 





그 흔적은 모니터 A4용지에 남을 것이고, 글신 들린 고양이의 발자국이 숲처럼 우거질 것입니다. 





당신의 글신 들린 손가락이 용맹하게 일을 할수록





종이 위에 발자국이 남을 것이고, 언젠가 일을 마치겠죠. 물론, 오타도 있을 테니, 오던 길을





되돌아가서 글자를 정정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는 신이 아니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너구리 손에 있는 솜사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