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모두 사회에서 호출하는 것이다

[2.4]민규 & 천재론2

by 희원이

[목차: 천재론]

◑ 1부. 부자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 천재를 유형별로 분류하는 세 가지 방식

♬ 천재는 홀로 태어나는가?

♬ 자본주의와 천재

◑ 2부. 창의적 도전과 보상 체계

♬ 인정 욕구와 눈치 보기

♬ 정당한 보상과 문화적 토양

♬ 천재의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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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민규: 결국엔 모두 사회에서 호출하는 것이다

희정 씨의 인터뷰 영상을 보기는 봤는데, 저는 솔직히 드문 지점에서 드러난다는 천재의 경우도 결국 사회가 호출해내지 않으면 무의미해진다고 봐요. 어떤 사회의 가치에 반하는 지점을 찾아낸다는 것 자체가, 이미 사회의 반대급부라는 것, 즉 사회에서 파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적 요인이 있었다고 봐야죠. 이런 맥락에서 알파고가 바둑계 전체를 바꾸어놓은 엄청난 대전환을 일으켰음에도 그 역시 인공지능을 개발해나가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부산물처럼 드러난 변화라고 봐요. 재즈나 록 역시 결국 사회에서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이지 예비된 수많은 것들이 꿈틀대다가 표면으로 비어져 나온 빙산의 일각이라고 보고요. 전 루이 암스트롱 역시 사회에서 호출한 것이고, 그가 아니더라도 또 다른 누군가가 있었고 설령 그로 대체되어 호출되었더라도 재즈가 크게 다른 모양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한 후보군 중에서 루이가 조금 더 탁월했을 뿐이라 보죠.

그런데 이렇게 사회가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다 보면, 비아냥거리는 분들도 있긴 해요. 우리는 기계냐면서 ‘알파고알파고’거리기도 하고요. (웃음) 네, ‘동네에서 쓰레기통에 우유 갑 던지는 습관에서 농구가 파생한 것’이라고 농담을 하시는 분도 있었죠. 창의적인 반격이셨는데 ‘제가 무엇이든 사회에 원래 내재되어 있다는 식으로 억지 주장을 펼친다’고 비난하신 거겠죠. 아, “클래시컬 뮤직에 이미 카덴차가 바로크 때라든지 고전주의 때도 공공연히 있었다지만, 그것이 지금의 재즈가 지닌 독자적인 덕목을 말할 때 이미 사회적으로 준비된 것이라 말한다면, 그건 조금 과한 게 아니냐”라면서 예시를 들어준 경우가 기억에 남더라고요. 그런가 하면 ‘사회에 없는 것조차 결국 사회를 면밀히 분석하는 과정에서 빈 지점을 찾아낸 것이니, 그조차 사회에서 단서를 얻은 사회적 파생’이라고 말했더니, 그에 대한 비판도 있었죠.

천재란 그렇게 우리에게 매력적이죠. 인간이 불굴의 의지로, ‘무엇인가 강하게 압박적인’ 장벽을 넘어선다는 것은 분명 멋진 일이에요. 알파고를 응원하지 않고 이세돌을 응원하는 것도 그 때문이겠죠.


그래서 질문을 듣고는 재미있겠다 싶어서, 잠깐 저의 주장을 접고 희정 씨 의견대로 보았을 때 과연 제가 분류한 세 가지 천재 유형들은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보았어요. 우선 저는 보편적 주류에 속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크게 개의치 않았죠.

사실 대개는 사회에서 호출한 천재 유형만을 검토한 것인데, 그 안에서도 패러다임을 전환할 만한 소수설에 입각한 존재들이 있죠. 이 유형은 사회의 빈틈을 찾아내서는 개인 역량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몽상할 거예요. 유사한 몽상을 하는 동료들이 있다면 더 힘을 얻을 거고요. 하지만 이들도 대개는 상상의 한계를 절감하겠죠. 아무리 독창적이려고 해도 이미 사회에 내재된 아이디어로 고군분투할 때가 많아요.

따지고 보면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것도 확률적인 거잖아요. 확률적으로 아이디어를 조합하는 것도 결국 사회에서 일군 아이디어 뱅크와 역사를 활용해야만 하니까요. 유행을 돌고 돌죠. 인간의 지성도 어느 정도 그런 면이 있죠. 그래서 대개는 새로운 것조차 사회적 자산을 토대로 하죠. 그걸 대출 받듯 인용하여 승인받는 과정이 그들의 전투겠죠. 이때 버티기는 중요해요. 동료가 있다면 더 잘 버틸 거고요. 끈질긴 투쟁심이나 차라리 갈라파고스적 무신경함도 중요하죠.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몰라서 겁이 없을 때 저질러놓아야 하죠. 나중에 하려고 하면 스스로 온갖 심리적 검열에 걸리니까요.

테크니컬 천재들은 사회에서 마련된 기준에 맞춰 최고의 평가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하겠죠. 가장 심리적인 갈등이 적을 거예요. 테크닉 차원에서 경지에 이르면서 또 새로운 기술적 혁신의 주인공이 된다면 좁은 범위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쟁취해낼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대개 명인들은 최고의 역량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사회적으로 존경 받으며 편하게 살 수 있다고 봐요. 사회에서 필요하다고 공인한 인물들이니까요. 적어도 모호한 인정 투쟁을 벌일 필요는 없죠. 공식적으로 마련된 콩쿠르 같은 데서 분명한 기준을 성취하는 노력을 하면 되고요. 외부에서 새롭게 유입된 천재 집단이 있다면, 차츰 시간을 견디면서 비평가 집단이 함께하게 되고 아카데믹화될 즈음 안정적으로 테크니컬 수재나 천재가 태어날 환경이 갖추어지겠죠.

보편성의 천재가 외부에서 사회 내부로 느닷없이 블랙스완처럼 유입되어서는 사회 전반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은 매우 낮겠죠. 혹시 모르죠. 일단 파괴적으로 사회에 타격을 가했다면, 부서진 균열 틈새로 잠재되어 있던 욕구의 광풍이 불어닥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면 엄청난 인기몰이의 스타가 탄생하기도 하죠. 서태지라든지, 비틀즈라든지. 인기를 힘에 업어서 그 바닥의 가능성을 타진할 기회를 부여받을 수도 있겠죠.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기 때문에 상업주의 관점에서 엄청난 상업성이 입증된다면, 일단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희정 씨가 말씀하신 드문 천재, 사회를 드물게 타격하는 천재란 패러다임의 천재 중 일부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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