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단 하루의 휴식을 가진 후 나는 나의 미러링과 면담을 가지게 되었다. 약간의 걱정이 있긴 했지만 사실 내 마음은 거의 정해져 있었기에 가능한 한 빨리 내 미러링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다. 상담사의 말에 따르면 면담 전에 미러링은 동결된 데이터로만 존재하기에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그래도 나는 그가 어딘가에 꼼짝 못 하고 갇혀있다는 이미지를 떨치기 어려웠다. 미러링과의 면담 역시 라이프애프터 사의 메타버스 본사에서 행해졌다. 그들이 준비한 면담실은 무척 편안하고 온기가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면담실은 개별고객의 기호에 따라 AI가 그때그때 디자인한다. 고작 수 초 만에 만들어진 가상공간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서 조금씩 퇴적되는 종류의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은 조금 서글프기도 하다. 면담실에 들어가자 나의 미러링은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내 얼굴이 저렇게 피곤해 보이는 것이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불편한 곳은 없어?’
‘글쎄...’
미러링도 나처럼 말수가 적었다.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이 나도 그도 바라는 바였다.
‘미러링 휴먼이 된 느낌이 어떤 건지 말해주지 않을래?’
나의 말에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눈빛에서 뭔가 이채로운 반짝임이 느껴졌지만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었다. 자기 자신의 표정을 읽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지금껏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코드로 구성되어 작동하고 있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야. 아무리 이질감을 찾아보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어.’
나는 내 어깨를 만지며 물었다.
‘항상 느껴지는 왼쪽 어깨의 불쾌한 묵직함은?’
그도 어깨를 가볍게 돌려보았다.
‘여전히 거기 있어.’
‘그런 것쯤은 없애줘도 좋을 텐데.’
‘지금은 이질감이 없는 게 중요할 테니까. 나중에 기분에 따라 껐다 켰다 할 수 있겠지.’
‘그건 좀 질투가 나는데.’
‘좋은 징조가 아니군. 나의 존속유무는 전적으로 너의 기분에 달렸다고.’
미러링은 농담조로 말했다. 내가 미소를 짓고 그도 입꼬리를 올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