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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양 Dec 11. 2021

가끔씩 찾아온 불안 (그래도 이젠 괜찮아)

느지막하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사실 전날 잔뜩 취해버리는 바람에 

옷을 반쯤 벗고 반쯤 걸친 상태로 잠에 들었는데 

왠지 모르게 눈이 빨리 떠져

꽤나 상쾌하게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폭풍 전 바다는 고요하다고 했던가 

이상하게 피부에 소름이 돋고 

폐에는 쓸데없는 공기가 가득 들어찬 듯 갑갑했다 


아니나 다를까 

시계는 내가 있어야 할 곳의 시간을 한참 지나 

주정 부리는 나의 모습을 피식대며 비웃고 있었다 


소스라치게 놀라 

물 한잔 마시지 못한 채로 

입고 있던 옷을 그대로 걸치고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하늘은 흐리게 젖어있었다 

바닥은 습기를 머금고 차가움을 짙게 깔고 있었고 

산 중턱을 넘나드는 나의 발목은 

길지 않은 양말 탓에 시린 듯 떨고 있었다 


급한 마음이 두개골을 지배하기라도 했는지 

그 어떤 생각도 머릿속을 타고 들어올 틈이 없었다 

그저 빠른 걸음과 헉헉대는 숨소리 

그것 외에 나를 채우는 건

어딘가 불편한 고민들과 

잔뜩 부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정신뿐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기다림에 지치기도 전에 이미 

나약함과의 정시에 지쳐 싸움은 무의미해진 상태다 


움직이는 손가락도 맹목적이며 

그 안에 영혼 따위는 담지 않는 채로 달리고 있다) 


한참을 얼이 빠진 채 달려 

있어야 할 곳에 도착했다 

그러나 웬걸 

나의 도착이나 지나온 두 시간이 무의미해라 

나를 기다리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정적 속에서 인내하는 것에 질려 떠나간 것이 아니라 

그저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나만의 망상과 미래에 대한 기대였던가 

내려치고 싶지만 마땅히 분노할 언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불편한 나의 마음이 웅얼대기라도 하듯 

피부 곳곳이 쓰리고 간지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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