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마중
기어이 비 설거지를 하고
우산을 쓰고 나설 일을 만듭니다.
기다란 빗줄기를 따라 올려다본
그 어디쯤 오셨을까요.
젖은 발자국에 참방참방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제자리걸음에 마음만 급합니다.
문 앞에 서 있으라는 말은 귓등으로
듣고 말 안 듣는 체를 냅니다.
비가 온다고 나서지 말라 해도
급한 건 내 쪽이라 다짐에 다짐을 더해서
약속을 정했습니다.
비계절이 도착하기 전 문 밖에서
노란 우산 받쳐 들고 고개 빼들고
서 있을 겁니다.
<대문 사진 출처/Pixabay l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