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우리 집 아래 커다란 대문 집에 하얀 멍멍이
지나가는 사람마다 곁눈질을 한다.
"어디 가냐?"
"잘 다녀왔냐?"
익숙한 발자국 낯선 발자국
잘도 가늠한다.
멍멍 쉬이 짖지도 않고
뙤약볕에도 군말 없이 잘도 잔다.
비가 부슬부슬 오던 날
통화 소리.
"나갈 때 문 잘 닫았는데.."
비는 부슬부슬 오는데
어디 갔지?
안 돌아오면 어쩌지?
집으로 향하는 저 멀리 흰 멍멍이
이 쪽을 힐끔거리며
저쪽으로 저쪽으로 오줌을 지린다.
"이리 와."
손짓하는데 자꾸자꾸
저쪽으로 저쪽으로 멀어진다.
비가 그치고 하루가 가고 또 가고
텅 빈 대문 앞에 멈춰
"어서 와라."
해가 쨍하니 고개 숙여 지나는 길
닫혀 있는 커다란 대문 앞 흰 멍멍이
흰 솜뭉치처럼 축 처져 있다.
"왔구나."
우리 집 아래 커다란 대문 집에 하얀 멍멍이
서로 힐끔 네 맘이 내 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