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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Oct 05. 2024

연꽃 향기 8

기억의 꼬리

 온몸과 마음을 데우는 육개장으로 포근히 안아주는 귀가 인사를 대신하고 수연은 집안으로 들어섰다.

아침에 부딪친 우연한 만남이 반복될 까봐 걱정했던 것이 괜히 뻘쭘했다.

유선우.

아니었을까.

수연은 마주치고 싶지 않은 기억을 앞에 두고 뒤걸음질하며 마음 한쪽에서는 바라지 말아야 할 것을 바라고 있었다.



 "오늘, 시간 괜찮아?"

 수업을 마치고 강사 대기실로 들어오니 휴대전화 진동이 울리고 있었다.

 "응!?"

 "오늘 저녁에 모임이 있는데 너도 시간이 되면 오지 않을래?"

혜진이었다.

서울로 올라온 후, 부모님 기일이나 문득 생각나면 수연이 홀로 옛집 근처를 다녀오곤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어릴 적 친구, 혜진을 다시 만났다.

학교를 마친 혜진은 일찍 결혼을 하고 얼마 전에 서울로 왔다.

가끔 통화를 하는 정도이지 만나거나 함께 밥을 먹지는 않았다.

어쩌면 수연이 의도적으로 피한 일이기도 하다.

 "나, 오늘 시간 안 되는데."

 "왜? 일 있어?"

 "오늘, 할머니 기일이야."

 "아, 미안해. 내가 괜히 전화했네. 제사 잘 모셔. 다음에 연락할게."

혜진은 자신의 전화로 옛 일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것 같아 미안해했다.

가족 이야기가 끼어들면 모두 그때 거기로 이어지니까.

오늘 모임에 불러내려 한 순간부터 괜한 짓이었다는 것을 그제야 생각이 들어 허둥지둥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수연은 전화를 끊고 가만히 서서 훅 올라오는 뜨거운 김을 식혔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lite>





 "오늘 애썼다."

 "아니에요. 이모가 늘 힘들지."

뒷정리를 하며 수연은 할머니의 영정 사진을 돌아보았다.

이제야 조용히 웃고 있는 할머니는 마지막까지 수연의 손을 꼭 잡고 눈물을 참았다.

 "다 놓고 가세요. 할머니, 이제 괜찮을 거예요."

아빠, 엄마 곁으로 할머니를 보내며 수연은 많이 울지 않았다.

힘든 시간을 놓고 이제 할머니가 쉬기를 바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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