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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Sep 28. 2024

연꽃 향기 7

자전거를 탄 아이

 "전학 가서도 잘 지내고 수연이는 책 읽기 좋아하니까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써 보면 좋겠다.

건강하게 잘 지내고."

 "네. 감사합니다."

평범한 인사에 수연은 긴장했던 자신이 조금 뻘쭘해졌다.

갑자기 아빠가 세상을 떠나고 엄마가 몸이 좋지 않아 가끔 결석을 하거나 조퇴를 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담임 선생님의 배려로 엄마 곁을 지킬 수 있었다.

어쩌면 마지막까지 수연을 위한 배려로 너무 요란스럽지 않은 이별을 하신 건지도 모르겠다.



 전날 이미 사물함을 비우고 책상 서랍도 모두 정리해서 따로 가지고 갈 것은 없었지만 교실을 한번 둘러보고 싶었다.

수연에게는 좋은 일보다 견디고 참아내야 하는 일이 더 많았던 교실.

의자에 앉아 책상을 손으로 한번 쓸어 보고 작별을 했다.

하교를 서두르는 반 친구들은 누구도 수연과의 마지막을 짐작하지 못했다.

수연은 그렇게 중학교 3학년 1학기를 채우지 못하고 교실에서 빠져나와야 했다.



  "수연아!"

교문을 막 나서는데 옆 반 혜진이 뛰어왔다.

 "정말 가는 거야?"

초등학교부터 같은 반에서 공부하기도 하고 집이 근처라 자주 어울리던 유일한 친구였다.

반이 나뉘고 수연의 근처로 아이들이 가까이 오지 않으며 혜진과도 소원해졌다.

 "응. 잘 지내."

수연은 가볍게 인사하고 어깨에 멘 가방 끈을 양손으로 잡고 뒤돌아 뛰었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lite>



 "다녀왔습니다."

 "왔니?"

집으로 들어서자 할머니보다 이모와 이모부가 먼저 수연을 반겼다.

 "우선 짐부터 보냈다. 다 챙겼지?"

 "네."

 "그럼, 가자."

 "엄마, 이제 가요."

수연이 학교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모든 준비를 끝마친 할머니, 이모, 이모부는 수연의 어깨를 토닥여 집을 나섰다.



 엄마의 장례가 끝나고 할머니는 이모가 있는 곳으로 이사를 원했다.

엄마도 없는 이곳의 기억을 수연이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수연은 엄마와의 추억이 깃든 집을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이곳을 잊고 싶었다.

 "엄마, 안쪽으로 조심히 타세요."

할머니가 차에 오르고 수연이 뒤따라 다.

이모가 조수석에 오르자 이모부가 차를 출발시켰다.

 "쟤, 뭐야? 아는 아이니?"

차가 출발하자 자전거가 뒤따르고 있었다.

수연은 뒤돌아보고 놀랐지만 모른 척했다.

 "아니요."

차는 조금씩 속도를 내었고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와 큰길로 들어섰다.

그때까지도 자전거는 안간힘을 쓰며 좇아오고 있었다.

뒤를 돌아 힐끔힐끔 보던 수연은 혹시라도 사고가 날까 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수연은 끝까지 모른 척했고 자전거는 힘이 빠져 결국, 멈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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