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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Oct 12. 2024

연꽃 향기 9

혼자 견디기

 현관을 열고 들어서자 방안 가득 차 있던 냉기가 한꺼번에 몰려와 수연의 몸을 감쌌다.

할머니의 제사를 마치고 자고 가라는 이모의 손길을 만류하고 홀로 있는 집안으로 숨어들었다.

누군가가 필요한 오늘, 수연은 더욱 철저한 외로움을 택했다.

어깨에 겨우 걸려있는 가방을 내려놓고 엄마와 할머니가 나란히 웃고 있는 사진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아직 마르지 않은 울음이 터져 나왔다.

불도 켜지 않은 거실에 수연의 울음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lite>




 "여보세요."

울다 지쳐 잠든 수연은 아침 일찍 울리는 진동벨에 잠을 털고 일어났다.

친구 소윤이었다.

대학교 입학한 첫날, 오리엔테이션 짝꿍이 대학 졸업 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제사 잘 모셨어?"

 "응."

 "집이야?"

 "응."

 "이모댁에서 자는 거 아니었어?"

 "이모가 자고 가라고 했는데 그냥 왔어. 같이 있으면 울게 될 것 같아서."

 "너 혼자 있어도 울잖아."

수연에 대해 너무 많이 아는 친구이다.

 "그러네."

수연은 이른 아침을 깨운 소윤의 전화가 싫지 않았다.

일어나야지.

수연은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나왔다.

이모가 싸 준 음식을 데워 간단하게 아침을 차렸다.

그리고 꼭꼭 씹어 맛있게 밥을 먹었다.



 아침을 먹고 청소기를 돌린 후 세탁기도 돌렸다.

그리고 장바구니를 곱게 접어 한 손에 들고 집을 나섰다.

가을이 깊어지려는지 오전 바람의 온도가 낮아졌다.

카디건을 가운데로 모아 팔짱을 끼고 아파트 단지를 서둘러 빠져나왔다.

여기에 살며 좋은 것은 제법 큰 마트가 가까이 있는 것이다.

집으로 오는 길에 들르기도 좋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마트를 들어서며 직원과 인사를 하고 저녁에 끓일 찌개에 넣을 채소를 골랐다.

양파, 애호박, 대파도 한 단 바구니에 넣었다.

혼자 있어도 밥 잘 먹기로 한 약속을 지키려는 것이다.

제육볶음을 조금 할까.

고기도 좀 사려고 정육코너로 향할 때였다.

저만치 남녀가 채소 코너 쪽으로 오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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