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무에 겨울꽃이 피었다.
겨울이 서둘러 왔다.
가을나무에 겨울 꽃이 피었다.
가을 색이 물들어 온통 고운 빛에
노란 잎 붉은 잎 갈잎을 손에 담아
기다림을 그리움으로 빌었지요.
높은 하늘이 푸른 물을 터뜨려
가을을 등 떠밀어 한발 한발
내키지 않는 걸음을 옮겼어요.
찬 바람에 묻어온 소식은 여전히
냉정한 눈물로 돌아오고
허무한 답장 없는 편지를 적었네요.
책꽂이 두꺼운 책 사이에
노란 잎 하나 붉은 잎 하나 갈잎 하나
그리고 쓰다만 편지를 끼워놓았지요.
밤새 서운한 한숨이 냉기를 채워
비로 내리지 않고 눈으로 내렸나 봐요.
대문 사진 by 봄비가을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