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은행잎과 눈이 마주쳤다.
초록을 기억하고
천 년의 시간을 되새기며
한번 우러러 인사도 없었지만
아래로 지나는 시간에
원망도 미움도 없이 하나만 바라보았다.
떨어진 잎이 미끄럼을 타며
발걸음을 잡는 것은
걸음마다 안부를 묻는 것이고
군내 나는 열매는
인간이 내뱉은 온갖 오물을 삼켰음이다.
단 한번 수고의 인사도 못 받고
계절의 순환의 굴레에서
탓 한번 없이 묵묵하다.
더러 오고 가는 길에 고운 잎 하나
책갈피에 고이 넣어
오늘의 시간을 가두고
다음 계절을 향한 마중길에
떨어지는 은행잎과 눈이 마주쳤다.
<대문 사진 출처/Pixabay l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