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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Dec 07. 2024

연꽃 향기 17

불안이 고개를 들 때

 "여보세요."

 "점심 드셨어요?"

 "그래. 밥 먹고 약도 제시간에 먹었어."

 "네. 오늘 퇴근하고 바로 들어갈 거예요. 드시고 싶은 거 없으세요?"

 "글쎄. 연시가 있을까?"

 "네. 있을 거예요. 사 가지고 갈게요."

 "그래. 조심히 와라."

선우는 요즘에 더 자주 엄마와 통화를 한다.

수연과 마주친 다음부터 엄마가 좀 달라졌기 때문이다.

생기도 돌고 입맛도 좋아져 식사도 더 잘하시는데 자꾸 불안이 파고들었다.



 마트에는 저녁 장을 보는 사람들로 제법 붐볐다.

과일 코너에 아직 연시가 있었다,

커다란 대봉시 한 팩을 장바구니에 담고 저녁 찌개거리로 채소와 고기를 좀 사기로 했다.

 "저, 찌개용 돼지고기 좀 주세요."

 "저, 찌개용.."

선우와 동시에 여자 목소리가 겹쳐 들렸다.

수연이었다.

놀라 한 발 뒤로 물러선 선우가 주춤하자 수연도 좀 당황한 듯했지만 피하지는 않았다.

가볍게 눈인사를 주고받는 사이  마트 직원이 내미는 고기 봉지를 하나씩 받아 들었다.

 "감사합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고 나란히 마트를 나섰다.

 "저녁에 김치찌개 끓일 거야?"

어색한 반말로 수연이 먼저 말을 꺼냈다.

 "아니. 고추장찌개를 하려고."

 "아."

초겨울 저녁은 어둠을 빨리도 데려온다.

가로등이 없는 건너편 가로수가 검은 그림자로 서 있었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lite>




 "다녀왔습니다."

 "왔니?"

주방에서 엄마가 돌아보며 말했다.

 "뭐 하고 계세요?"

 "밥 안쳐 놓고 찌개 좀 끓여 놨어."

 "아니. 왜요? 제가 와서 할 텐데요."

 "그냥 할만하니까 해 본 거야."

선우는 밖에 있으며 늘 불안했다.

그래서 칼과 도마를 엄마가 모르는 곳에 넣어 두었데 그걸 찾아낸 모양이다.

 "제가 한다고요. 엄마. 그러니까."

 "그래. 알았다."

"..,,,,,,"

 "그냥, 할만하니까."

선우는 자신의 불안으로 엄마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 같아 미안했다.

 "네. 다음부터 하지 마세요."

 "알았어."

금세 엄마 마음도 풀렸는지 웃으며 찌개 냄비 앞으로 가서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술 떴다.

 "먹어 봐. 간이 맞나?"

맛있었다.

 "맛있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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