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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Dec 21. 2024

연꽃 향기 19

운수 좋은 날

 "다녀왔습니다."

 "왔니? 첫눈이 많이 왔는데 괜찮았니?"

 "네. 저녁 드셨어요?"

 "응. 조금 먹었다."

시큰둥한 엄마의 말에 선우는 식탁을 차리기 시작했다.

 "순댓국 사 왔어요. 조금만 더 드세요."

 "그래?"

반색하며 엄마도 식탁으로 와서 살며시 앉았다.




by 봄비가을바람



 "맛있네. 너도 좀 먹어."

 "전 많이 먹었어요."

선우는 엄마와 마주 앉아서 깍두기를 숟가락 위에 올려 주었다.

오랜만에 엄마는 밥을 달게 먹었다.

 "진짜 맛있네. 잘 먹었다. 고맙구나."

선우도 늘 식사 때마다 힘든 엄마가 잘 드셔서 좋았다.



 선우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엄마는 식탁에서 선우의 뒷모습을 보며 앉아 있었다.

밖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첫눈은 포근한 날씨에 채 쌓이지 못하고 빗물처럼 녹아 거리를 적셨다.



 엄마가 좋아하는 드라마가 끝나고 소파에서 반쯤 꿈속을 헤매던 엄마를 일으켜 세웠다.

 "방에 들어가서 편히 주무세요."

 "그래. 드라마 끝났니?"

 "네."

엄마가 방으로 들어가자 선우는 작은 보온컵에 따뜻한 물을 담아 뒤따라 들어갔다.

 "약 드셔야지요?"

 "그래. 이제 눈이 그친 것 같지?"

 "네."

 "첫눈은 봤네. 매해 첫눈은 소리 없이 다녀갔는데 올해는 금방 녹아도 소담스러운 눈송이를 봐서 좋네."

 "네."

보온컵을 받아 들고 선우는 이부자리를 살핀 후 전등을 끄고 다시 한번 엄마를 돌아봤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어두운 빛에 엄마는 이불을 목으로 끌어당기고 이내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주말 아침은 아무리 선우라도 좀 게으름을 피우고 싶다.

어제저녁 엄마가 식사도 잘해서 컨디션도 좋을 것 같아 조금 더 침대에 누워 있고 싶었다.

그러다가 뭔가 털썩하는 소리가 선우의 방 밖에서 들렸다.

선우는 놀라서 화들짝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방문 앞에는 엄마가 한쪽 슬리퍼가 벗겨진 채 힘없이 쓰러져 있었다.




계속..





<대문 사진 출처/Pixabay l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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