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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연꽃 향기 20화

연꽃 향기 20

그 아이

by 봄비가을바람

"여보세요. 이모!"

주말 저녁 소파에 누워 하릴없이 텔레비전 리모컨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이모 전화가 왔다.

"준비하고 아파트 정문으로 좀 나와. 옷은 어두운 색으로 입었으면 좋겠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일단, 얼굴 보고 얘기해 줄게. 어서 준비해서 나와. 나도 출발한다."

"이모, 저기.."

채 말이 끝나기 전에 이모가 바삐 전화를 끊었다.

지금 출발한다면 30분쯤 수면의 아파트에 도착할 것이다.

무슨 일인지 짐작도 안 되고 걱정되지만 이모가 서두르는 일이면 뭔가 불안했다.

하지만 더 생각을 할 시간이 없었다.

우선 옷장을 열어 옷을 꺼내놓고 대충 씻고 나왔다.



"어서 타!"

아파트 정문에 도착하자마자 이모의 차가 보였다.

"무슨 일이에요?"

잠시, 망설이던 이모는 다그치는 수연을 돌아보며 또 망설였다.

"우리 잠깐 얘기하고 가자."

그리고 카페 앞에 주차했다.

"여기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가자."

주말 저녁인데도 한산한 카페 안으로 들어서며 이모는 바로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했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lite>




커피를 받아 들고 한쪽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한참 그대로 앉아 있었다.

"너 어렸을 때, 엄마, 아빠 사고 났을 때. 할머니가 우리 집에 데리고 왔던 아이, 알지?"

침묵을 깨고 말을 꺼낸 사람은 이모였다.

그리고 이모의 뜻밖의 말에 수연이 가만히 말했다.

"유선우."

"너,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겠지. 말을 안 하고 속으로 삭이고 있었겠지."

"어제도 봤어. 걔 우리 아파트에 살아."

이모는 멍하니 수연의 얼굴을 보았다.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수연을 보며 이모는 그 속에 흐르는 눈물이 보였다.

"그랬구나."

"근데 이모 왜? 갑자기."

""음, 걔 엄마가 오늘 세상을 떠났대."

한참 망설이던 이모가 겨우 말문을 열었다.

"오래 아팠거든. 그 사고 때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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