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뒤에 오는 것
온다는 약속도 없이 기다리라는 말만
툭 던져놓고
온종일 하릴없이 하늘만
쳐다보았다.
울리지 않을 전화를 옆에 두고
먼저 연락할 생각은 못했다.
기다림은 속엣말을 태워 눈으로
증발시켜야 하는 일.
한 장 남은 흰 종이에 빽빽하게 쓴 이름 하나
흰 눈밭에 찍힌 발자국 따라서 가버렸다.
지키지 못할 약속이
하필 첫눈 오는 날의 약속.
어차피 지킬 수 없는 약속이었다면
첫눈 오는 날에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대문 사진 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