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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봄비가을바람
Apr 19. 2022
마음에 점을 찍다, 점심(點心)
밥은 먹었어?
일을 하면서 점심은 밖에서 먹는 일이 많다.
집에서 나올 때 아버지 드시게 점심 준비를 해
놓고도
시간 맞추느라 그냥 나온다.
때 늦은 점심 아닌 점심을 먹는다.
오전부터 일이 있는 날은 쫓기는 시간에 보통 라면이나 김밥, 편의점 컵라면이 점심이 된다.
허둥지둥 후루 후룩 먹다가 헉하고 사레가 들린다.
눈물, 콧물을 쏟으면서도 먹어야 하니 숟가락에 면을 얹어서 먹는다.
그러다가 또 후루 후룩 먹다가 사레가 들린다.
정말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 모른다.
혼밥 초보일
때에는
그나마 식당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점심을 건너뛰었다.
배가 고픈 건 참을만한데 민망하게 꼬르륵 소리는 눈치도 없다.
그래도 지금은 혼밥도 제법 당당해져서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후루 후룩하고 일어선다.
<출처/Pixabay>
작은 동생은 셋 아이 맘이다.
일하면서 셋을 키우기 참 힘들다.
아이들 할머니께서 주로 봐주시고 베이비시터도 두고 일을 했다.
아이들 봐주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다.
가끔 할머니도 쉬셔야 했다.
그런 날이면 아이들을 봐주러 자주 갔었다.
왠지 내 일이 아니고 내가 왜 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보면 왠지
마음속에
눈물이 고였다.
외할머니가 계시면 이 아이들을 얼마나 예뻐했을 까하고.
동생은 아이들 봐주는 것, 같이 놀아 주는 것 말고 살림에 손대는 건 좋아하지 않았다.
자기 것에 손대는 게 싫어서가 아니라 그것까지 나한테 하게 하는 것이 싫었던 거다.
물 한 잔도 앉은자리에서 받아 마시게 하고 밥도 식탁에 예쁘게 차려 놓고 편히 먹게 했다.
집에서 늘 다른 가족들 챙기느라 제대로 밥도 못 먹는 걸 아니까.
동생네 가면 늘 최고의 밥상이었다.
어느 날 점심으로 짬뽕을 시켜 줬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삼선 짬뽕을 식탁에 올리고 단무지도 예쁜 반찬 그릇에 담고 김치하고 물도 따로 올려놓고 나더러 먹으라고 했다.
그리고는 짜장면 한 그릇과 젓가락을 들고 소파로 가서 앉았다.
첫째, 둘째가 쪼르르 따라갔다.
그때 셋째는 배 속에 있었다.
셋이, 아니 넷이 짜장면 한
그
릇에 눈과 입을 모으고 쩝쩝 맛있게도 먹었다.
뜨거운 짬뽕이 아이들한테 위험하기도 하고 내가 편히 못 먹으니 그리했는데 나는 자꾸 그 짜장면 한
그릇
에 눈이 가더랬다.
두 녀석의 입에 까만 짜장이 가득 묻어 있는 게 어미새에게 먹이를 받아먹는 아기새 부리처럼 그리 예쁘고 귀여웠다.
그냥 눈물이 핑 돌았다.
식탁에 차려진 최고의 밥상보다 그 짜장면 한 그릇이 최고의 밥상이었다.
최고의 밥상은 배를 채우는 잘 차려진 진수성찬이 아니라 마음을 채우는 음식이었다.
점심(點心)이란 잠시 쉬면서 다음을 준비하는 마음의 휴식 시간이다.
허겁지겁 몸의 허기를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속 빈 공간에 온기를 넣는 시간이다.
현실은 늘 반대이지만 오늘 점심이라도 내 마음에 점(點)을 찍고
점심을 하고 싶다.
keyword
점심
음식
집밥
Brunch Book
음식에도 힘이 있다.
10
홍콩에서 컵라면이라니.
11
콩국수 커밍아웃
12
마음에 점을 찍다, 점심(點心)
13
장마, 그리고 오이지
14
해물탕 끓여 줘.
음식에도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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