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내가 교실 전체에 감돌고 후끈한 열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난로 앞에 여러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난로 뚜껑 위에는 쫀드기가 익으며 부풀어 올라 본래 크기보다 커졌다.
뜨거운 것을 참고 한 명씩 자기 몫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후후 불어 살짝 식히니 손으로 뚝 잘라 과자처럼 바삭바삭 소리까지 맛있었다.
너도 나도 점심을 먹고 5교시가 시작되기 전에 난로 앞 작당모의는 찬 겨울이 방학으로 쉴 때까지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모두가 난로 위 쫀드기가 때를 놓칠 까 노심초사하는 사이 큰 그림자가 난로 옆으로 다가왔다.
"이놈들, 뭐 하는 거야?"
화들짝 놀라 돌아보니 담임 선생님이 놀란 눈으로 아이들을 살폈다.
타닥타닥!
시간을 놓친 쫀드기가 난로 위에서 타고 있었다.
그 순간 선생님이 재빨리 쫀드기를 걷어냈다.
한편에 있는 선생님 책상 위에 쫀드기를 올려놓고 작당모의 당사자들을 칠판 앞에 한 줄로 세우셨다.
불기운인지 창피해서인지 얼굴이 벌게져서 고개를 숙인 채 선생님의 처분만을 기다렸다.
"너, 이 녀석! 너는 왜 여기 있어?"
순간 벌건 얼굴이 완전히 새빨개져서 어쩔 줄을 몰랐다.
"난로에 구워 먹으면 맛있냐?"
"네."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선생님은 적당히 식어서 아주 바삭해진 쫀드기를 조금씩 떼어 나누어 주셨다.
"맛있는 것도 계속 먹으면 재미없지.
난로에 구우니 쫀득한 게 바삭해져 과자처럼 맛있네."
선생님은 아이들과 나누어 먹으며 말씀하셨다.
"이렇게 맛있는 건 작은 거라도 같이 나누어 먹어야지. 그러니까 앞으로는 선생님도 같이 구워 먹는 거다."
"네."
모두 조금 밝아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선생님은 생각지도 못 한 나를 포함해 아이들이 난로 위에 쫀드기를 구워 먹는 것을 진작에 알고 계셨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재미있는 작당모의를 어떻게 할 것인지 걱정하셨을 것이다.
잘못해서 타이밍을 놓치면 쫀드기가 타며 불이 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교실에서 난로 관리를 제대로 못 한 것이 큰 문제였다.
아이들은 알면서도 하지 말라고 하면 더욱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는 것을 놓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선생님이 같이 구워 먹자고 해서 또 그럴 리도 없다.
선생님은 앞서가는 사람이며 또 뒤처지는 사람을 지키는 사람이기도 하다.
모두 다 같이 갈 수 없다고 하더라도 한 명이라도 더 함께할 수 있게 뒤를 지키는 사람이다.
실수를 하고 잘못을 하더라도 사람보다 행위를 탓하고 작은 것에 바람을 넣어 부풀리기보다 그 자체로 단단해지도록 곁을 지키는 사람이다.
쫀드기를 구워 먹는 것이 재미있고 맛있지만 선생님과 할만한 놀이는 아니라는 것을 우리도 알고 있었다.
큰 소리로 혼내지 않아도 마음으로 충분히 따끔하게 야단을 맞았고 잘못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후, 난로에 쫀드기를 구워 먹는 작당모의는 더 이상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