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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집 1
그 거리에서 마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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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을바람
Feb 26. 2023
윤은 오늘따라 스산한 바람에 옷깃을 세우고 목을 움츠렸다.
저마다 바쁜 걸음으로 아침을 서두르고 있었다.
그런데 일부러 보려고 한 건 아닌데 눈에 들어오는
모습이 있었다.
멀리서 보아서 그럴 까.
유난히 작고 가냘파 보이는 여자 아이가 제 몸보다 커 보이는 가방을 메고 있었다.
윤은 그 아이가 오는 모습을 마주 보며 혹시라도 시선이 불편할 지도 몰라 먼 산을 보며 걸었다.
드디어, 스치는 그 아이를 보니 얼굴을 반쯤 가린 마스크 위로 두 눈이 슬퍼 보였지만 반짝이고 있었다.
"어, 학교 끝났나 보네."
"네!?"
사장님이 밖을 보며 말하고 있었다.
"서연이네."
"서연이요?"
"저기, 자기만 한 가방을 메고 오는 아이."
윤은 사장님이 가리키는 아이가 안 봐도 아침에 그 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아이 이름이 서연이예요?"
"응. 서연, 김서연."
"사장님은 어떻게 아세요?"
"이쪽 상가에 있는 사람은 다 알아.
전에 서연이네가 저쪽 편의점 자리에서 카페를 했었거든."
"아, 네.
그런데 지금은 왜 안 해요?
혹시.."
윤은 이 카페 때문에 문을 닫고 다른 곳으로 갔는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서연이 부모가 사고로 함께 떠났어."
"네!?"
"참, 어이없는 일이지.
재작년 비 오는 날, 음주 운전자가 차를 몰고 카페로 돌진했어. 다행히 손님은 없었는데 서연이 부모와 충돌했어. "
사장님은 서연이가 지나가는 것을 잠시 보다가 말을 이었다.
"완전히 여기 상가가 난리였어.
바로 병원으로 옮겼는데 서연이 아빠는 그날, 서연이 엄마는 일주일 후에 떠났어.
서연이는 지금 할머니 하고 살고."
윤은 사장님의 말을 듣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고통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어제 아침에 서연이를 봤을 때 느꼈던 낯설지 않은 아픔이었다.
표정과 걸음걸이로 왠지 낯익은 것이 이유가 있었다.
윤은 서연에게서 자신을 보고 있었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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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어요> 출간작가
17년 차 한국어 선생님이며, 등단 시인입니다.. <시간보다 느린 망각>시산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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