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소녀의 집 2
비가 올 것 같다.
by
봄비가을바람
Feb 28. 2023
윤은 아침 일찍 좀처럼 눈이 떠지지 않았다.
카페가 10시에 문을 열지만 정리도 하고 청소도 해야 해서 9시까지는 가야 한다.
물론, 사장님이 먼저 나와 대부분 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이 할 일이 있으니 시간 엄수는 필수이다.
아침은 건너뛸까 하다가 꼬르륵 소리가 날까 봐 냉장고 문을 열었다.
배고픈 건 참겠는데 꼬르륵 소리는 막을 수 없다.
지난주에도 단골 앞에서 얼굴 빨개진 일이 있었다.
아직 점심시간은 조금 남았는데 그날따라 오전 손님이 많았다.
길 건너 건물 직원 중에 자주 오는 남자 직원이 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순간, 꼬르륵!
눈치 없이 소리가 나고 말았다.
음악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그 남자에게 눈도 못 맞추고 커피를 내밀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남자는 약간 웃음이 섞인 목소리로 인사하고 고개 숙여 윤의 얼굴을 한번 보고는 뒤돌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아이, 어떻게. 들었나 봐."
"왜? 뭘?"
"몰라요."
사장님의 <뭐야?>하는 시선을 두고 윤은 얼굴이 빨개져 밖으로 나갔다.
"화장실에 갔다 올게요."
냉장고에도 마땅히 먹을 거는 없었다.
김하고 고추 참치 통조림 하나를 꺼내고 즉석밥 하나를 전자레인지 안에 넣었다.
땡!
뜨거운 밥을 조심히 꺼내 다른 그릇에 옮겨 담지도 않고 식탁 앞에 앉았다.
호호 밥에 고추 참치를 얹고 그 위에 김을 한 장 덮어 한 입에 밀어 넣었다.
연거푸 몇 숟가락을 먹으니 한 그릇 뚝딱이다.
"엄마, 나 혼자서도 잘 먹는다."
허공에다 소리치고 서둘러 화장실로 종종걸음을 걸었다.
밖에 나오니 출근 시간이 끝날 무렵이라 조금 한산했다.
초등학생들이 병아리 행렬처럼 종종걸음으로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제 몸만 한 가방을 멘 1학년 행렬 끝에 그 아이.
서연이가 보였다.
분홍색 큰 가방도 버거운데 노란 우산을 질질 끌다시피 힘겹게 걸어왔다.
"우산은 노란색이네."
윤은 걱정하는 마음이 보이지 않게 조심하며 서연에게 물었다.
"엄마가 오늘 비 온댔어요."
"응!?"
윤은 뒤처지지 않게 우산을 끌고 다른 아이들 뒤를 따르는 서연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았다.
오후 1시가 지나며 밖의 풍경이 바빠졌다.
저마다 저쪽 편의점과 상가 입구 쪽으로 사람들이 몰렸다.
갑자기 비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계속..
keyword
단편소설
아침
비
54
댓글
4
댓글
4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멤버쉽
봄비가을바람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가을이 왔어요> 출간작가
17년 차 한국어 선생님이며, 등단 시인입니다.. <시간보다 느린 망각>시산문 출간
구독자
746
팔로우
월간 멤버십 가입
월간 멤버십 가입
작가의 이전글
소녀의 집 1
안녕! 그리운 내 친구야!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