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오는 날

단편 소설

by 봄비가을바람

혜민은 버스 도착 시간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발을 동동 굴렸다.

"혜민아, 오늘 비 온대.

우산 가지고 가."

"가방에 있어."

"쟤는 뭐가 가방에 있다는 거야."

우산을 꺼내 들고 잔소리에 속도를 붙인 엄마를 뒤로 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뛰었다.

다행히 이제 막 도착한 버스에 올라탈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내릴 때가 가까워지자 뒤쪽으로 들어가며 사람들과 마음에도 없는 몸싸움을 했다.

가까스로 여기저기 복병으로 숨어있는 긴 우산을 피해 하차문에 다다랐다.

삐익!

하차문이 열리자 너도나도 우산을 펼치느라 한바탕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엄마 말대로 때마침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혜민은 노랑 바탕에 귀여운 캐릭터가 있는 양산 겸 우산을 개나리꽃이 피듯 펼쳤다.

혜민은 언제부터인가 햇빛 알레르기가 생겼다.

얼굴만은 빨간 반점으로부터 사수하기 위해 알록달록한 우산 겸 양산을 가방에 넣고 다녔다.

출근 시간이 막바지에 이르자 사람들의 우산 행렬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혜민도 걸음을 재촉해 모퉁이를 돌아섰다.

혜민의 앞에 커다란 검은 우산이 걸어가고 있었다.

발만 겨우 보여 마치 우산이 걸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우산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아이 모습이 바람에 휘청이며 살짝 보였다가 숨어버렸다.

"우산이 엄청 크다."

혜민은 아이 곁에서 몸을 구부리고 우산을 찬찬히 살폈다.

우산은 크기도 크기지만 한쪽이 찌그러져 아이를 감싸서 걸음걸이에 방해가 되었다.

아이는 혜민의 아는 체에 우물쭈물하다가 뭔가 잘못한 일을 고백하듯 말했다.

"할머니가 분리수거 쓰레기장 옆에 있는 거 가져왔어요."

"그랬구나. 근데 우산이 너무 커서 걷는데 힘들 것 같아."

아이는 혼내는 줄 아는지, 정말 우산이 버거워서 그런지 조금 울상이 되었다.

"이 우산 어때? 귀엽지?"

아이가 노란 개나리 같은 혜민의 우산에 눈을 반짝였다.

"언니는 이 우산이 너무 작아서 한쪽 어깨가 다 젖어버렸어. 우산 바꿔 줄래?"

아이의 눈이 더욱 반짝였다.

"그래도 돼요?"

"그럼. 당연하지."

혜민은 자신의 우산을 아이에게 씌우며 아이의 우산을 받아 들었다.

"어때? 괜찮아?"

"네. 좋아요."

"그럼. 조심히 학교에 다녀와. 우산 바꿔줘서 고마워."

"고맙습니다."

노랑 병아리 하나가 쫑쫑쫑 걸어갔다.

그리고 혜민은 아이가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것을 한참 보다가 돌아섰다.






끝..





<대문 사진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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