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동그라미 4

시간이 숨긴 기억

by 봄비가을바람

이유정은 엄마가 울며 부르는 소리에 매몰차게 문을 쾅 닫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마음도 영 아닌데 비까지 부슬부슬 내렸다.

"아이, 정말."

뭐라고 더 욕을 하고 싶은데 내뱉어버릴 게 생각이 나지 않았다.

"김우현 때문이야."

이유정은 터덜터덜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을 걸었다.



언제부턴가 이유정의 집에서도 우현이가 우선이었다.

선물로 과일이나 고기를 받으면 엄마는 우현이네 먼저 챙겼다.

<나도 고기 좋아하는데..>

얘기를 해도 못 들은 척했다.

어느 날은 먼저 찜한 예쁜 분홍 원피스를 우현이 입고 있었다.

이유정은 얼마 전 백화점에 구경 갔다가 엄마를 졸랐었다.

그 원피스를 우현이 입고 있자 우현을 불러 세워 물벼락을 안겼다.

그리고 이유정은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나쁜 아이가 되었다.



비가 그칠 것 같지 않아 버스 정류장에 앉아 비 오는 차도를 보고 있었다.

딱히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갈 때도 없어 멍하니 앉아 있었다.

빗방울이 굵어지며 버스 정류장에 서 있던 사람들도 하나둘 우산을 펼쳤다.

<어떻게 하지.>

그때였다.

이유정의 시선을 빨간 우산이 가렸다.

우현이었다.



"야! 뭐야?"

"비 맞잖아."

"아주 진짜 착한 척은 혼자 다하고 있어."

이유정은 짜증이 확 올라와 우현이 든 우산을 제치고 보도 아래로 내려섰다.

그때 자동차가 경적소리를 내며 물을 튀기며 지나갔다.

"아, 진짜!"

이유정이 흙탕물을 온통 뒤집어썼다.

"정말 너 때문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이유정은 마지못해 우현이 이끄는 대로 우현의 집으로 향했다.

우현이네 집으로 들어서자 이유정은 자신도 모르게 한 곳으로 눈길이 갔다.

병아리처럼 노란 옷을 입은 유치원생 둘이 하트를 하고 활짝 웃는 사진이었다.

그리고 이유정의 귀에 아주 먼 시간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정이 예쁘네. 우현이 옆으로 조금 더. 하트 한번 해 볼까. 아, 예쁘다.>

다다다..

빠르게 지나가는 말이 이유정의 바로 옆에서 하는 말처럼 들렸다.

그 순간, 이유정은 그 목소리가 누군지 알아챘다.

"으아! 어떻게! 어떻게!"

이유정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엉엉!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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