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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집 봄비 오는 날
25화
기억을 사는 카페 4
기억 지우기 부작용
by
봄비가을바람
Jul 2. 2023
"어서 오세요."
"이선우?"
남자가 반색하며 선우 앞으로 다가섰다.
선우는 모르는 남자의 아는 체가 어색해서 뒤로 한 발 물러났다.
"5년이면 잊을 수도 있겠다."
선우는 모르는 사람이 계속 마치 자신과 가까운 사이처럼 말하니 조금씩 불쾌해지려 했다.
"죄송합니다. 저를 아세요?
저는 모르는 분이라서요."
"응!?"
남자는 몹시 당황한 것 같았다.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뒷걸음질로 창가 쪽 테이블 앞에 앉았다.
선우는 가만히 보고 있다가 커피머신 쪽으로 갔다.
그리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남자, 준호 앞에 놓았다.
"고마.., 감사합니다."
준호는 아까와는 달리 어색하게 인사했다.
오후 햇살이 기울고 저녁노을이 조금씩 물감을 풀고 있는 하늘이 카페 안으로 마무리 햇살을 비추고 있었다.
준호는 지난 5년, 그리고 연애 3년.
8년 동안의 기억을 지운 듯 보이는 선우를 보고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자신이 한 일은 생각도 않고 마음이 먼저 나선 것을 탓하듯 선우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다행일까.
자신의 과오를 잊은 것보다 선우가 아프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준호는 우연히라도 한 번은 마주치기를 바랐다.
자신이 지키지 못 한 사랑에 선우의 안부가 궁금했다.
선우는 왠지 아픈 이야기를 간직한듯한 준호가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책을 들고 준호 앞에 앉았다.
<기억을 지우는 곳>.
준호는 겉표지에 이 카페와 닮은 그림이 있는 책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혹시 잊고 싶은 기억이 있으면 적어 보세요.
조금은 덜 아플 거예요."
선우의 말에 준호는 고개를 숙인 채 끄덕였다.
<그래서 선우가 기억을 못 하는구나.>
<그래, 다행이야.>
준호는 선우가 더 이상 아프지 않아서, 이졔는 정말 놓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커피 잘 마셨습니다.
주문하지 않았는데 제 취향을 바로 아셨네요."
"저는 그냥.."
"저는 적지 않겠습니다.
기억을 간직하겠습니다.
혹시 그 사람은 잊어도 저는 온전히 아파야 합니다."
그리고 준호는 선우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카페를 나갔다.
준호가 유리창 너머 저쪽 횡단보도를 건널 때까지 선우는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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